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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삶 ‘묻지마 범죄’ 불러소통 통해 살아야 할 가치줘야”

 

‘묻지마’식 흉기난동, 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길거리나 지하철 등 다중이용공간은 물론이고 가정집 안방까지 강력범죄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지경이 됐다. 이상 동기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라 시민 불안은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이 쉽지만은 않다. 우범자를 관리·감독하려 해도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의 원인을 짚어보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봤다.<편집자 주>

▲안전한 곳은 없다

지난 4월 수원에서 조선족 오원춘(42)이 집 앞을 지나던 여성을 납치해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 이후 제주, 경남 통영, 의정부, 서울시 광진구, 여의도 등 전국 곳곳에서 강력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별다른 이유도 없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범죄에 시민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강력범죄를 피하려면 외진 곳으로 다니지 말고 사람이 많은 길로 다니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김모(30)씨가 전 직장동료와 행인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은 퇴근길인 오후 7시16분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김씨는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직장동료 2명을 찌른 뒤 사람들이 몰려들자 자신과는 무관한 행인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서울방면 승강장에서 유모(39)씨가 불특정 승객을 상대로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주말 저녁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20일 오전 9시30분 서울 광진구에서는 성폭행 전과자인 서모(42)씨가 주부 A씨 집에 숨어 있다가 자녀를 통학차량에 데려다 주고 돌아온 A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

21일 수원에서는 술에 취한 강모(39)씨가 유흥주점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길거리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데 이어 빈집에 들어가 또다시 흉기를 휘두르는 등 1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내집 안방도, 술집도, 길거리도 무차별적으로 범행 장소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범정부 장기대책 나와야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식 범죄나 성폭력 등 강력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쟁지향적인 사회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과 이 중에서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통상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배경 중 하나로 경쟁 지향적인 사회, 그 속에서 ‘소외’를 꼽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 침체나 양극화로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사례가 많은데다, 이런 경우 주변 사람들과 아예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즉 타의에 의한 왕따 혹은 외톨이들이 정상적인 사고방식과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여건을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 피의자 김모(29)씨는 전과는 없었지만 연이은 퇴직에 이어 신용불량자로까지 전락한 뒤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의정부역 흉기 상해 사건의 피의자 유모(39)씨도 전과는 없었지만 주거가 분명치 않고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광진구 부녀자 강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서모(43)씨나 수원 가정집 살인사건의 강모(39)씨 역시 주거가 불분명하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학대받거나 무관심 속에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인 의지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가정불화나 해고, 실직 등 갑작스러운 사건을 겪으면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이 같은 강력범죄의 원인은 피의자가 살아오면서 느낀 좌절이며 그 분노의 대상은 사회 전체, 모든 사람이 된다”며 “우리 사회가 대단히 갈등적, 경쟁적, 적대적이 되면서 2000년대 이후 기물 파손, 연쇄방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외톨이로 전락하는 계층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상담·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묻지마식 범죄를 막으려면 정신질환과 관련된 주기적인 검진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다.

교정 당국의 교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고위험 우범자에 대한 관리 체계도 좀 더 촘촘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강도형 교수는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아도 과정의 중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사회는 과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한다”면서 “소통을 위해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살아야 할 가치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표창원 교수는 “행위 주체자의 주변 사람들은 분명 이상징후를 느낄 수 있다”며 “문제를 안은 사람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피해자지원 절실하다

‘묻지마’ 범죄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시민이 늘면서 이에 대한 지원 대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민사소송 외에 국가로부터 구제받을 길이 많지 않고 지원도 대부분 외상 치료비 등 소규모에 그쳐 더욱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살인, 강도, 방화를 비롯한 강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지원 제도에는 국민건강보험, 긴급지원, 배상명령, 범죄피해자 구조 등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합의되지 않은 형사사건에 한해 신체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를 보험급여로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도 범죄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각 시·군·구 사회복지과를 통해 생계비, 의료비, 임시 거처 등을 긴급 지원한다.

이는 범죄 피해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강력범죄 피해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이어 2차로 정신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더욱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치료비와 함께 생활보조금, 학비, 심리상담 등 전문적 범죄피해 지원이 가능한 단체로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전국에서 운영 중인 범죄피해자센터가 있다.

구조금은 사망 또는 부상한 피해자의 가족 수, 생계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흉기난동 등 강력사건 피해자는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여기도 예산부족으로 인해 최근에는 다른 지원보다 치료비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피해자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 가해자에 대한 인권 문제로 논란이 됐던 정책들을 더욱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서모(42)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주부를 성폭행하다 살해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자발찌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발찌는 단순한 위치파악 이외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고 그나마 이를 관리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전자발찌를 소급 부착하도록 한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2010년 8월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상태라 소급 적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성범죄자의 최근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한발 늦은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공개된 주소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사진 식별도 어려워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반면 그 자체가 또 다른 형벌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확대 시행에 줄곧 걸림돌이 돼왔다.

회사원 류지성(36)씨는 “범죄자의 인권을 우선시하기보다는 신상공개 확대 등 강력한 법 집행으로 차후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면 결국 그게 더 나은 결과”라며 신상공개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디 Peh***의 한 네티즌은 신상공개를 강화하기 전에 가해자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타인의 인권을 유린한 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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