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의 대표적인 장소인 행궁광장이 사실상 시의 전용 행사장으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도심 교통난의 주범으로 떠올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행궁광장 운영을 맡은 수원문화재단이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문화적 가치성 향상과 114만 수원시민의 문화예술 기회 등을 제공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광장 대관을 통한 수입 창출에만 열을 올려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방채까지 발행가면서 지난 2005년부터 600억여원의 보상비를 투입해 확보한 부지에 지난 2008년 56억여원을 들여 2만2천331㎡ 규모의 화성행궁 광장을 조성했다.
당초 행궁 광장은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만큼 정조와 수원화성의 전통을 계승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조성 이후 시와 수원문화재단의 전용 행사장으로 전락한 상태다.
더욱이 행궁광장에서 매일 개최되는 상설공연용 무대가 광장 한켠을 점령, 사실상 창고로 쓰고 있는가 하면 정조대왕이나 화성과는 관련없는 공연과 발표회, 시의 각종 행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이 공식 출범한 올해만도 약 250여일의 절반을 넘는 130여일이 각종 공연과 대규모 행사장으로 사용되면서 ‘경영평가’를 위한 수입창출의 장으로 전락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 빠짐없이 열리는 상설공연과 함께 지난 12일부터 15일에는 시 평생학습축제가 열려 50여개의 대형천막이 화성행궁 광장을 가득 채웠고, 유력 인사들이 총출동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난이 더욱 악화돼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윤모(35·신풍동)씨는 “정조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을 복원하기 위해 초등학교까지 옮기는 마당에 화성과 전혀 상관없는 온갖 행사들이 행궁광장과 인근까지 다 접수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행궁광장을 행사장으로 변질시킨 행정은 누굴 위한 행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행궁 광장의 과도한 행사장 전락으로 인해 수원의 관광명소인 화성행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또다른 볼거리의 기능마저 외면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행궁광장에서 많은 행사를 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근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다양한 문화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