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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하고 부르는 순간 입속에서 푸른 나뭇잎이 돋아날 것만 같다. ‘물푸레나무’라는 단어 속에는 오묘한 힘이 있다. 부르기만 하면 마음이 푸르게 정화되는 것만 같다. 가지나 나무껍질을 물에 담가두면 물빛이 푸르게 변한다 해 ‘물푸레나무’라고 한다. 물푸레나무의 파르스름한 빛깔을 찾아 땅끝 마을 해남까지 간 시인. “그 파르스름한 빛깔”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일 것 같다던 시인. 그 마음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물푸레나무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파르스름한 빛깔을 찾아서, 이 가을 하늘을 걸어가야겠다. 그런데 하늘로 돌아간 그녀는 그 빛깔을 찾았을까? /이설야 시인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 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일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겐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며 잔잔히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며 찬찬히

가난한 여인들이

서로에게 밥을 덜어주듯 다정히

체하지 않게 등도 다독거려주면서

묵언정진하듯 물빛에 스며든 물푸레나무

그들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 김태정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2004년/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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