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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물앵두 나다

 

물앵두를 보면 첫사랑 같다

가지에 주렁 주렁 열려 있는 것 보면

아직 사랑으로 건너가 보지 못한 노둣돌 같다

이때는 돌이 아니라 눈물 같은 그리움

사탕이 물컹 물컹 미끄러지다가

이슬 크기로 아지라이매달려

애간장 허공이거나 벼랑이거나

물앵두를 보면 눈이 멀 것 같다

첫사랑이 이름표 없이 오월 하루 지나가고 마는

속마음 소리없이 잦아드는 때

홀로 기갈 드는 때,

 

 

 

“앵두는 이제 멸종되어가는 과일이에요, 아이들한테 이것이 앵두라고 보여주기만 하세요.” 멸종이라는 말에 별안간 울컥한다. 아저씨는 작은 키로 애써 가지를 잡아당기며 앵두를 따서 종이컵에 담아 건넨다. 정말 아저씨 말대로 아이들은 앵두를 모른다. 체리에 자두에 밀려도 한참이나 밀려버린 앵두, 흰 앵두꽃이 종알종알 매달리던 텃밭 가장자리, 알알이 붉은 열매들이 매달리면 국대접을 가지고 앵두 따러 갔다가 미끄러지기도 했는데, 앵두는 그렇게 유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한없이 미끄러지는 첫사랑 같은 것? 제 손으로 처음 만져보고, 처음 따 보았던 과일, 그것은 키가 크지 않아서 꽃 피고 열매 맺는 과정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맛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과육에 비해 씨가 크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촘촘히 매달린 붉은 구슬들에 대한 이미지로만 선명할 뿐, <물앵두 나다>를 읽으며 유년의 뒤란으로 걸어가 본다. 자꾸만 미끄러지며…… /박홍점 시인

- 강희근 시집 ‘그러니까’ / 2012년 / 시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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