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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따라 펼쳐진 수채화… ‘쉼’이 차오르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이포보·여주보·강천보
한강문화관·수변지역 등 관광명소로 거듭나
빼어난 야경·인근 세종대왕릉 등 볼거리 풍성
양촌지구 저류지, 생태탐방·레저활동 동시에

 

K-water와 함께 여주 3개 보 투어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해 영월, 단양, 제천, 충주 등지를 돌고 돌아 쉼 없이 달려온 남한강이 양평 양수리 두물머리에 이르러 북한강과 합류하기 전 남은 여정을 위해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는 곳이 여주다.

이곳 사람들이 여강(驪江)이라 부르는 남한강 기슭엔 신륵사가 자리 잡고 있고 명물인 황포돛배가 그 주변을 유유히 떠다닌다.

여주읍을 중심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됐다지만 지금도 한발 비껴서면 한가로운 농촌풍경이 펼쳐지는 이곳이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보와 한강문화관, 친환경 수변지역 등으로 누구나 한번쯤 들르고 싶은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9일 K-water와 함께 경기도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한강권 3개보를 찾아가 봤다.


 

 

 


한강권 3개보를 찾아간 날은 구름 한점 없이 청명했다.

영동고속도로 저편 차창을 드문드문 스치고 지나가는 황금물결이 여주IC를 벗어나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한가한 농촌지역으로 들어서자 바로 눈앞에서 일렁거려 마음이 한결 풍요로워진다.

목적지 주변에 위치한 명성황후 생가와 여주 곤충박물관, 황학산 수목원을 들르지 않은 채 다다른 한강문화관은 넓은 마당에 파란 잔디가 깔려있는 그림 같은 저택이 들어서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건축미가 빼어났다.

건물 외형은 한껏 뽐을 내 운치가 있는데다 여주군조인 백로가 날개를 웅크려 알을 품는 형상의 조형물이 지붕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인기척이 많지 않은 외부와는 달리 실내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갖가지 장치들이 강의 모든 곳을 보여주려고 작심한 듯 전시돼 있어 한눈 팔 틈을 조금도 주지 않는다.

방문객이 종이배에 소원을 적어 플라스틱 캡슐에 넣어두는 공간, 물체를 센서로 감지해 가로 10m 세로 2.5m 화면에 물고기와 사슴이 노닐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물 등등.

수재민들의 아픔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희망의 강’은 4대강 사업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강, 역사의 물길’은 구석기 시대부터 한강유역을 터전으로 살아온 우리네 삶의 궤적을 천천히 따라간다.

화면을 손대면 새까맣게 오염된 강물이 순식간에 맑아지는 터치스크린 ‘소통의 강’은 유영하는 물고기를 손으로 잡으려면 요리조리 도망치는 신기함에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자리를 옮길 생각을 도통 않는다.

3개보를 비행기로 타고 감상하는 4D 애니메이션 상영관에 들어온 꼬마들은 강물의 물줄기와 비행기 선회에 따라 의자가 흔들리고 캐릭터가 눈앞에 다가서자 감탄사와 함께 간혹 비명도 질러댄다.

전시관을 벗어나 건물 13층 높이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강천보와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건너엔 마감산 산맥줄기와 연봉들이 펼쳐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보 상단에 설치된 황포돛배 조형물은 지금이라도 당장 조포나무를 출발해 광나루, 마포나루를 거쳐 서해까지 단숨에 가려는 듯 그 위용이 당당하다.
 

 

 


자전거와 사람만이 통행할 수 있는 공도교를 따라 걷던 걸음을 멈추고 아래로 내려다본 강물과 위로 쳐다본 하늘은 모두 쪽빛으로 내 눈이 파랗게 물든다.

인공어도엔 쇠백로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를 잡기위해 잔뜩 노려보는 폼도 이곳만의 구경거리 중 하나다.

오던 길을 되짚어 여주보가 있는 금사면 방향으로 길을 잡으니 푸근한 고향 같은 농촌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가을걷이를 농민, 길가 이곳저곳 빨갛게 익어가는 감, 마을 어귀에 들어선 낯선 사람을 보고 컹컹 짖어대는 개….

여주보 컨셉은 지척에 있는 세종대왕 치적에 포인트를 두었다.

세종광장은 해시계(앙부일구)를 형상화했고 소수력발전소 벽면엔 훈민정음이 조각돼 있다.

보 기둥은 물을 다스린다고 전해지는 용의 모양으로 만들어졌고 보위에 탑재된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을 상징화했다.

낮에 보면 용의 형상이 잘 떠오르지 않으나 야간 조명을 받으면 뚜렷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곳의 특색은 물 억새 군락지와 갈대언덕, 야생초 화원, 4계절 테라스가든 등을 자연과 조화롭게 배치해 방문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의 연장이 1000m로 한강권 3개보 중 가장 길고 강줄기 가시권이 넓다는 것도 여주보 만의 매력이다.

오던 길로 12㎞ 더 가면 전국 4대강 12개 보 가운데 미적 감각이 가장 뛰어나다는 이포보를 만난다.

다른 보가 직선인데 반해 이 보는 활처럼 곡선으로 휘어져 있어 얼핏 보기에도 조형미가 탁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강천보가 황포돛배이고 여주보가 용이라면 이포보는 학을 형상화해 날개를 활짝 편 한 마리 학이 강을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을 담았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물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관 2층엔 한 작가가 유명 포털 사이트 검색어 10위권 내 단어를 수많은 물방울로 조합, 대형 화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게 해 마치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포보는 신라가 전략적 차원에서 파사산 정상에 축성한 파사성에 오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급경사로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홍수조절기능을 실감케 하는 곳은 이포보 상류 2.5㎞ 지점에 조성된 국내최대 규모인 양촌지구 저류지로 총 면적 185만㎡를 평균 7m 깊이로 준설해 1천530만 톤의 강물을 저장시킨다.

30년 빈도의 홍수를 대비한 저류지는 숫자만으론 규모를 어림잡기 힘든 이에게 이해를 돕는다면 여의도면적의 ⅔이라면 짐작이 갈 터이다.

저류지는 완공 1년 만에 온갖 풀들이 무성해 자연생태계의 복원 속도가 참 빠르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저류조 직전 광활한 부지엔 체육시설과 하천부지 탐방로, 미로광장, 야외무대, 휴식공간, 피크닉장, 오토캠핑장을 마련해 생태탐방과 레저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참고할 사항은 샤워시설과 전기시설이 된 오토 캠핑장의 경우 겨울을 제외한 계절은 3개월 전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붐빈다는 점이다

이들 3개보의 공통분모는 소수력 발전소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과 인공어도 설치, 빼어난 야경을 들 수 있다. 과천에서 오전 9시30분에 출발한 하루 일정은 돌아올 즈음 해가 서산에 걸려있을 정도로 빡빡해 금은모래강변과 세종대왕릉, 명성황후 생가, 강천섬, 목아박물관, 황학산 수목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내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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