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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박후기"자반고등어"

 

가난한 아버지가 가련한 아들을 껴안고 잠든 밤



마른 이불과 따끈따끈한 요리를 꿈꾸며 잠든 밤



큰 슬픔이 작은 슬픔을 껴안고 잠든 밤



소금 같은 싸락눈이

신문지 갈피를 넘기며 염장을 지르는,

지하역의 겨울밤

/박후기

- 글발 한국시인축구단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발취



 

이 시는 따뜻하다. 이때의 잠은 세상에서 가장 질 좋은 잠이다. 잠이 찾아드는 밤은 모든 것이 평정을 찾은 밤이다. 멀리서 얼음장 쩡쩡 우는 소리 들려도 한 없이 포근한 잠이다. 자반고등어처럼 생의 맛이 부정이 깊어가는 밤이다. 가난하므로 정이 더 깊어가는 부자지간이다. 가난하므로 잠마저 공손하게 받아들이는 귀한 밤이다. 지하역에서 노숙자인 아버지와 그 품에 안겨 자는 모습은 눈물겹게 아름답다. ‘사람이 절창이다, 사람이 절경이다’라는 것을 한편의 이 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정이 잘 갈무리 되라고 싸락눈이 염장을 지르는 겨울밤은 우리가 다시 이르고 싶은 겨울밤이다. 설피를 신고 언덕을 넘어서 이르고 싶은 풍경이다. 먼 산간지역의 눈 내리는 밤의 서정 같은 것이다. 이들은 이 잠을 수레바퀴 삼아 다시 삶으로 힘차게 복귀해 갈 것이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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