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전문 건설업계가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위해 추진된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제(이하 직접구매제)’로 인해 고사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구매제는 공공기관이 필요한 자재(120개 품목)를 공공기관이 중소 제조기업으로부터 직접 구매해 시공사에 제공토록 하는 제도다.
22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에 따르면 금속구조물·창호와 조경시설물을 시공·설치하는 도내 전문 건설업체의 수주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금속구조물·창호를 시공하는 도내 전문 건설사의 수주실적은 지난 2009년 1조8천140억원에서 2010년 1조5천652억원, 지난해에는 1조4천842억원으로 줄었다. 2년 만에 약 4천억원의 실적이 감소한 셈이다.
또 조경시설물 설치 시공사의 경우 2009년 4천723억원에서 지난해 4천138억원으로 약 600억원이 줄었다.
개별 업체별로는 10곳 중 6곳의 공사 실적이 5억원 이하를 밑돌았다.
도내 1천186개(실적신고 업체)의 금속구조물·창호 전문 건설사 중 60%에 해당하는 703개 업체가 5억원 미만의 부진한 수주 실적을 보였다.
조경시설물 관련 시공 업체 역시 508개사 중 68%에 달하는 350개사가 5억원 미만의 실적에 그쳤다.
정부가 직접구매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2008년 이후 도내 31개 시·군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행정편의 등을 이유로 자재 생산업체에게 시공까지 떠맡기는 사례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시공 업체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 주 원인이다.
부천에서 시공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과거 시공사가 참여할 수 있는 공사가 50건이라면 지금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지자체가 납품과 시공을 일괄 발주해 생산기반이 없는 전문 시공 업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실례로 대표적인 금속구조물 공사인 울타리(디자인형·메시형) 설치 사업의 경우 올해 조달청에 등록한 80% 이상의 업체가 납품과 시공을 모두 수행하는 제품 설치도로 등록했다. 지자체 발주 공사 참여를 위해선 조달청에 일정 자격을 갖춰 등록해야 한다.
이에 경기도는 올 7월 조례 제·개정을 거쳐 직접구매제를 통한 공사용 자재는 납품과 시공을 분리 발주토록 도내 31개 시·군에 협조 공문을 전달했다.
행정안전부도 올 4월 분리 발주 요청 공문을 하달했지만 기초 지자체의 개선 움직임은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도내 일부 시·군에서 개정된 경기도 조례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지자체장들의 개선의지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직접구매제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청은 생산업체뿐 아니라 전문 시공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