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나 성직자 그리고 기업인들은 국민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 두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국민에게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정보 없이는 도와줄 방법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서도 감시 시스템은 존재했지만 불완전했다.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사생활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로 지나친 감시를 제한해 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감시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는 없지만 언제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든 컴퓨터 네트워크가 전 세계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시도 빠짐없이 감시하고 있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이 프라이버시가 무시된 채 일상적인 삶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자기의 신체 기관의 일부로 여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친구나 지인들과 소통하고, 심지어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의 도움 없이 할 수 있었던 활동마저도 온라인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나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원이 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사람들을 추적하기 위해 예전처럼 수많은 요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분석가(analyst)를 고용할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은 머신러닝과 AI의 덕분에 무수히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컴퓨터가 스스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부들은 범죄와 싸우거나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내부 위협과 테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토 전체가 스파이웨어(Spyware), CCTV 카메라, 안면 인식 및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 등 온라인 감시 네트워크로 뒤덮어 있다. 또한 정부의 감시 네트워크는 당사자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사람들의 생체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사람들이 여권을 신청할 때나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여권을 제시할 때도 대개 지문, 얼굴 스캔, 또는 홍채 스캔을 의무적으로 강요받는다. 그리고 내국인이나 관광객들이 도시 거리를 활보하는 동안 그들의 움직임이 기록될 확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즈음이다. 그것은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감시하던 때만 하더라도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개인의 기본적인 사생활은 보호받았다. 그러나 AI가 인간을 감시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프라이버시 보장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AI 기반 감시 시스템은 시공간에 대규모로 배치돼 있다. 런던과 뉴욕 같은 민주적인 국제도시 시민들의 프라이버시가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시받고 있어 더 먼저 소멸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워할 것이 분명하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은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믿어왔던 전 세계의 민주 시민들도 프라이버시의 소멸을 피할 수 없기에 두려워할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