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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꽃잎이 물든다는 것

“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진달래 능선 걸어 걸어

나앉은 너럭바위 같은 나이

훤한 이마가 한 잔 술로 붉다



아쉬운 것은 지나온 고개만이 아니다

불콰한 술기운을 치대는

붉고 붉은 마음으로

좀처럼 물들지 않는 것이 서럽다

그래, 그것이 제법 걸었다는 뜻이다



능선길이다

연초록물이 막 달아나는 고갯길이다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난 이슬만 마시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슬 중에 참이슬, 이것은 술을 마신다는 비유이다. 나도 참이슬을 마시고 참이슬을 따뜻하게 데워 그 안에 몸을 담그고 싶은 가을 “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라는 구절이 충격으로 온다.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는 시인의 인간적 감성이 살아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술을 마셔야 서글퍼진다는 것은 술로 무디어진 감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가 세월이 인간의 감성을 무디어지게 하는 삭막한 세상을 펼치고 있다 해도 과장이 심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를 그리워한다. 그 시절을 지나 끝없이 와버렸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탄성이 여기 저기 묻어난다. 술을 마셔도 나는 서글퍼지지 않으니 나는 얼마나 무딘 인간이 되어 버렸나?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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