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2.6℃
  • 흐림강릉 29.3℃
  • 서울 23.3℃
  • 흐림대전 27.4℃
  • 흐림대구 28.8℃
  • 흐림울산 27.9℃
  • 흐림광주 27.1℃
  • 흐림부산 25.2℃
  • 흐림고창 28.0℃
  • 흐림제주 31.4℃
  • 흐림강화 23.5℃
  • 흐림보은 26.2℃
  • 흐림금산 27.8℃
  • 흐림강진군 27.4℃
  • 흐림경주시 28.1℃
  • 구름많음거제 26.0℃
기상청 제공

[아침 詩산책]홍일선"희망이여 지금 어디 있는가"

녹두꽃 뚝뚝 떨어져

슬피 울던 울음 속에 희망 있었는가

그리워서 너무도 그리워서

그냥 미쳐버린 저절로 미쳐버린

그리움 속에

우리 희망 숨어 있었는가



오곡백과 온갖 꽃 다 피어나는

깨끗한 세상 기원 속에

그때 우리 쓰라린 패배

낮고 낮은 벌거숭이산 침묵처럼

엎드려 있었는가

버림받은 어머니 평야

삽날처럼 쓰러져 누워 있었는가



그런데 오늘

저 기다림 버리고서야

저 그리움 지우고서야

그때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태어나신다니

세상이여 들이여 풀이여 별이여 모르겠네

희망의 깊은 속내를 모르겠네
- 시집 ‘흙의 경전’ / 2008 / 화남

 


 

정치는 수식어의 잔치인가? 대선을 앞둔 11월의 지면에는 온통 들뜬 희망만이 철 지난 깃발처럼 나부낀다. 흙의 시인, 농민 시인으로 사는 홍일선 시인은 가난한 이에게는 언제나 깊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희망을 마치 초혼가를 부르듯 목 놓아 부르고 있다. 한반도 역사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은 늘 실패를 위로하는 수식어였다. 해방의 감격도 심령이 가난한 자들보다 해방을 회피했던 자들의 권력 희망으로 바뀌었고, 민주화도 산업화도 가난한 자들의 눈물을 감추는 얄팍한 수사적(修辭的) 희망에 불과했다. 이제 희망에 도착했는가 눈을 떠보면 또다시 저만큼 가 있는 배반의 역사 위에 시인은 그래도 희망을 노래한다. 땅을 치며 노래한다. 버림받은 어머니 평야에 기다림마저, 그리움마저 다 지우고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서러운 백성들의 희망의 꽃을 시인은 그리운 이의 혼을 부르듯 목 놓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