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3 (목)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이 정도 일했으면...' 경기신보에 큰 족적 남기고 '아름다운 퇴장' 준비

 

‘이 정도 생겼으면...’ 인기를 끌고있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자신의 잘 생긴 외모를 빗대어 약간의 잘못이 있더라도 용납될 수 있고 잘한 일은 그만큼 푸짐한 보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자랑을 앞세운 유행어의 한 구절이다.

‘이 정도 일했으면...’ 경기신용보증재단 박해진 이사장의 재임 중 성과를 짚어보면 이 말이 적절할 듯 싶다.

하지만 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지금이야말로 명예롭고 떳떳하게 떠나야 할 때라고 말이다.

그는 경기신보에서 8년을 일했다. 2005년 1월 취임한 뒤 세 번째 연임을 이어왔다. 큰 허물없이 남다른 성과를거둬온 터라 네 번째 연임에 도전할만도 했다. 경기신보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데 이의를 달기가 어렵다.

아직 잔여임기 2개월도 넘게 남았지만, 그는 선뜻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물론 거취를 놓고 고민도 남달랐을 듯 싶다. 누릴만큼 누렸고, 일할만큼 했는데 10년을 채운다는건 과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법 하다.

그럼에도 일찌감치 퇴임의 뜻을 밝혔다. 경기신보의 주요 임원진들과의 공식 석상에서 주저없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공표했다. 남은 재임 기간 중 미흡한 점이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고 마지막까지 본연의 핵심업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증자금 지원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했다.

차기 이사장을 공모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배려’의 속내도 담고 있다.

박 이사장은 용산고교와 고려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뒤 농협에 첫 발을 디딘 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농협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영원한 농협맨을 자임했었다. 그러다 경기신보와 연을 맺었다.

그는 한 마디로 6·25세대랄 수 있다. 예전의 국민학교 1학년에 입학했지만 여름방학을 맞기도 전에 전쟁이라는 참상과 맞부딪쳤다. 우리네 농촌의 아들, 딸들이 그렇듯이 이천 장호원 태생의 전형적인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모심기에 벼베기, 밭농사 돕기 등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에 거들었던 그였다.

다시 시계추를 돌려 경기신보 이사장 박해진의 진면목을 들여다보자.

한마디로 탁월한 경영능력과 리더쉽이다.

취임 직전인 2004년까지 경기신보의 보증공급 규모는 1조8천여억원에 불과했다. 박 이사장의 재임 8년 이후 현재의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 6월말 현재 총 보증공급 규모는 10조2천여억원에 달했다. 보증공급액 10조원 돌파는 전국의 지역보증재단 가운데 처음으로 일궈낸 일이다. 눈부신 비약이다. 올해말에는 1조 3천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또 한번의 시련기였다. 정부도 긴충기조와 동시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부양책을 동원하도록 했지만, 경기신보는 위축되지 않고 파격적인 보증지원책으로 금융위기에 맞섰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은 물론 피를 나눈 부모·형제조차 돈을 빌려 주지 않을 만큼 사회·경제적 취약층인 노점상, 포장마차, 보험설계사와 같은 무등록·무점포 사업자들에 대해서도 경제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64만천562개 업체에 5천245억원을 지원했다.

지난 2010년 1월의 일이다. 박 이사장은 편지 1통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경제위기 때 경기신보가 지원한 것은 자금이 아닌 희망’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친필 격려편지였다. 이 한 통의 편지가 그동안의 험난했던 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연금 세일즈’는 박 이사장의 두드러진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의 출연금 의존을 낮춘 자립 경영의 롤모델로 취임 전 30~40억원에 그쳤던 시·군 출연금 규모를 연평균 2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높였다.

금융기관 출연금 319억원에 농협·국민·신한·기업·우리·하나·산업은행 등 7개 은행과는 특별출연 협약 보증으로 630억원에 달하는 ‘보증용 실탄(?)’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경기신보 직원들이 합심한 결과였다.

현재 도내 19개 지점망을 갖춘 경기신보의 기본재산은 1천987억원에서 이젠 5천645억원으로 늘려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올해 또 한 차례의 포상을 받았다. 제24회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서 기업지원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청와대에서 열린 수상식에 노조위원장과 함께 기쁨도 만끽했다.

여기에 2007년 이후 경기도가 실시한 산하기관 및 CEO 경영평가에서, 6년 연속 최고등급으로 선정되는 경영성적표도 받았다. 이는 박 이사장이 이끌고, 뒤를 받쳐준 경기신보 직원들이 꾸진히 목표를 향해 달려온 결과들이 겹겹이 쌓인 노력의 증거인 셈이다.

“이 정도 일했으면...”이 그래서 훈장처럼 맴돈다. 이제 박 이사장의 인생 3막은 어떻게 펼쳐질까. 더욱 궁금해진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