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목)

  • 흐림동두천 22.6℃
  • 흐림강릉 29.3℃
  • 서울 23.3℃
  • 흐림대전 27.4℃
  • 흐림대구 28.8℃
  • 흐림울산 27.9℃
  • 흐림광주 27.1℃
  • 흐림부산 25.2℃
  • 흐림고창 28.0℃
  • 흐림제주 31.4℃
  • 흐림강화 23.5℃
  • 흐림보은 26.2℃
  • 흐림금산 27.8℃
  • 흐림강진군 27.4℃
  • 흐림경주시 28.1℃
  • 구름많음거제 26.0℃
기상청 제공

[아침 詩산책]나무와 새

새가 나무에 날아와 앉습니다

새의 무게만큼 나무가 휘어집니다



새가 날아갑니다

나무는 새의 무게만큼 일어섭니다



또 다른 새가 날아와

나무에 앉습니다

새의 무게만큼 나무가 휘어집니다



새가 날아갑니다 그러나

새의 무게에 길들여진 나무는

일어설 줄 모릅니다



하늘도 새의 무게만큼 휘어져

일어나지 않습니다



휘어진 하늘로 날아간 새도

나무만큼 휘어져 무겁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존의 아름다운 세상을 이뤄가는 풍경이 잔물결 쳐 온다. 나무와 새로 이처럼 생을 극명하게 드러난 시가 치명적이게도 아름답다. 나도 언젠가는 나무인 누구에게 내려앉던 새 한 마리였을 것이다. 내 무게만큼 휘어졌던 그 누군가 내가 떠나자 다시 제 생의 탄력으로 제자리를 찾았을 테지만 한 번 휘어졌던 가지의 기억은 그대로 굽어진 채 가슴에 있을 것이다. 누가 떠난 흔적 위에 때 되거나 아니면 사시사철 서성거리는 것이 사람의 참다운 모습이다. 이 가을 자신에게 날아왔다가 떠난 새를 기억하는 나무처럼 가을 숲을 오래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발아래 떨어진 나무 잎에 그물맥으로 돋아난 옛 추억을 읽어가면서 가을을 깊게 앓아보는 것도 생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자 우리도 가을 숲으로 가서 가을 나무로 서 보자. 한 마리 새로 날아들었다가 가지를 박차고 떠난 새의 여운이 남은 가지처럼 때로는 전율하면서 한없이 그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기에 사람이다라가 참 명제임을 증명하며 가슴에 묻어둔 이름 미친 듯 부르다가 돌아오기라도 하자. /김왕노 시인

-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 에서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