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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X]김 각 현 (사)국제연꽃마을 회장

“베트남 지원사업을 통해 월남전 당시 고통받은 이들의 뿌리깊은 恨 풀어주고파”

 

“왜 대한민국은 베트남을 기억하지 않는가?”
베트남 친구의 말 한마디에 지원사업 시작
쾅남성 곳곳엔 ‘한국군 증오비’ 세워져 있어
2005년부터 현지 청소년들에 매년 장학금 전달
2011년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 사업 급물살
1년만에 가시적 성과… 12일 ‘세종학당’ 첫 삽
“양국이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

㈔국제연꽃마을이 베트남 쾅남성 지역에 건립하는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의 조감도. ‘세종학당’으로 이름 붙여진 1차 사업 착공식이 김각현 회장과 쾅남성장 등이 참석해 12일 열린다.

월남전의 전쟁터로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했던 베트남.

한국군의 숱한 전투 중 많은 국민들이 본의 아니게 희생당했던 베트남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돕고 있는 인물이 있다.

김각현 ㈔국제연꽃마을 회장은 한국인이 일본에게 가지고 있는 반일감정 만큼, 베트남인들 역시 월남전으로 인한 반한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 회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국가도 외면하고 있는 베트남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각현 회장을 만나 그가 베트남 지원을 결심한 계기와 베트남 지원사업 내용, 그가 바라는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관계설정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일본 나가노의 사회복지시설 방문차 도쿄에서 묶던 중 일정을 함께한 동료의 소개로 만난 베트남 친구의 말 한마디가 베트남 지원을 결심하게 된 이유입니다.”

8년째 베트남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제연꽃마을의 김각현 회장의 첫마디다.

김각현 회장은 전국 7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1만4천60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우리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대표이사인 ‘각현(覺賢)스님’으로 더욱 이름이 알려져 있다.

나리나라의 사회복지를 위해 물심양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김각현 회장은 지난 2005년 일본에서 만난 젊은 베트남 친구의 서릿발 같은 조언을 잊지 못한다.

김 회장이 만났던 베트남인은 이렇게 말했다.

“왜 대한민국은 베트남을 기억하지 않는가? 왜 베트남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가? 베트남은 월남전 당시 한국군에게 큰 고통을 받은 나라다. 그 이유야 어찌됐던 수많은 양민들이 한국군을 포함한 외국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한국은 절대로 이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말을 들은 김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했다.

김 회장은 “젊은 베트남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리나라가 과거 일제시대 때 위안부와 강제징용, 수탈, 학살 등 일본에게 받았던 수많은 고통을 과거사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도 일본을 옥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나라가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베트남도 국력이 강해지면 분명히 우리나라를 옥죄어 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베트남 지원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다.
 

 

 


김 회장은 “베트남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린 한(恨)을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베트남 쾅남성 주변에는 수많은 ‘한국군 증오(憎惡)비’가 세워져 있다.

김 회장은 “베트남 사람들은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던 베트남전 당시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여러곳에 ‘한국군 증오비’를 세웠다”며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증오를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과 평화를 위해 베트남 지원사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각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국제연꽃마을은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 베트남 지원사업을 펼치기 위해 만든 특화 사업단이다.

㈔국제연꽃마을은 한국과 베트남 국민들 사이의 화합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베트남 쾅남성(한국의 ‘道’) 현지 청소년들에게 매년 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고엽제 후유증에 의한 월남전 2,3세대의 안면기형 수술과 의수족 보장구 지원을 위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지난 2008년에는 쾅남성장이 김각현 회장을 포함한 ㈔국제연꽃마을 대표진을 베트남으로 초청해 감사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국제연꽃마을과 베트남 쾅남성과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 졌고, 2010년에는 쾅남성장으로부터 ‘우리가 베트남의 좋은 땅을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을 지어 운영해 달라’는 획기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듬해 4월, 김 회장은 쾅남성 부성장 등 고위공직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베트남에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하기로 하는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7월에는 본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 2011년 12월 ㈔국제연꽃마을이 탄생하게 되고 김각현 회장은 베트남 쾅남성에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의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업이 본격화된지 1년 만에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을 위한 첫삽을 뜨는 것이다.

김각현 회장 등 ㈔국제연꽃마을 일행은 8일 베트남 현지로 출국해 12일에 ‘세종학당’으로 이름 지어진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제1차년도 건립을 위한 착공식을 연다.

‘세종학당’은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을 펼치게 된다.

이곳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현지 한국기업 취업 및 한국 방문 취업기회를 제공한다.

베트남 쾅남성은 1차 사업인 ‘세종학당’의 빠른 정착을 위해 주변 지역을 신도시로 조성하기로 했다.

내년 말 ‘세종학당’의 완공 이후에는 직업훈련원과 연수원, 보육시설, 노인요양원, 병원, 재활시설이 차례로 들어와 베트남 쾅남성 현지의 코리아타운이 형성된다.

김각현 회장은 이같은 지원사업으로도 그들의 한을 풀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오로지 베트남 사람들 가슴속에 자리한 원한을 풀 수 있기를 바라고 향후 양국이 서로 상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단체로써 하나의 국가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점도 있다.

김 회장은 우리 국민들의 베트남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월남전 당시 고통 받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죄하는 차원에서 참전용사의 2,3세들이 베트남을 찾아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도 이유가 어찌됐던 우리나라에 대한 한을 가진 사람들의 해원을 위해 작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오는 12일, 과거 우리나라의 적국이었던 베트남에서 태극기가 펄럭이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세종학당’의 착공식이 열리고, 이것이 김각현 회장이 소망하던 양국 상생·협력의 기틀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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