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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떠난자리

 

떠난 자리는

남은 자리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머리카락 몇 올



걷히고 나도

씻어지지 않는다

칼에 베인다



쥐똥나무는

가지 끝에 움트는데

노을은 홀로 오래 탄다



빈 몸이다

- 시집 『여기 있어요』/2011년 시안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가 생각난다. 구두의 주인은 가고 구두라는 사물만 남았으나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하고 구두 주인의 성실성까지도 읽을 수가 있다. 그렇게 떠난 자리는 곧바로 남은 자리가 된다. 떠난 자리에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 머리카락 몇 올 남아” 떠난 사람의 모습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 거센 폭풍의 시간이 지난 뒤 텅 빈 고요가 남아 출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비어서 꽉 찬 풍경과 수많은 상념들이 걸어 들어온 것이다. /박홍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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