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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피 속을 달린다

 

 

피 속을 달린다 세 마리의 꽃이 대가리를 물고기처럼 꼿꼿

이 세우고

피 속을 전속력으로 미끄러지는 생각을

얽히는 지느러미를 더 단단히 잡아매고 피 속을 달린다

소녀가 바다를 들고 있는 곳까지 내가

소녀에게서 모래를 낳을 때까지 꽃들은 달린다 피 속을 더

힘차게

꽃들의 대가리가 비늘처럼 한 풀 한 풀 벗겨진다

바람이 후려치는 주먹을 다 맞으면서 세 마리의 꽃이 수천

마리의 꽃들이 될 때까지

찢어지고 피어나고 꽃들의 군단이 되어

피를 숨결처럼 휘날리며 온통 허공이 핏빛이 될 때까지 질

척질척한

피의 심연을 외다리로 짓밟으며 피 속을 달린다

바다는 돌처럼 무겁고 소녀는 어머니처럼 무섭다 피를 흘리는 건

내 눈이다 내 눈 속에서 흘러나오는

피 속을, 소녀에서 처녀가 터져 나올 때까지

약속에서 꽃들의 이빨이 터져 나올 때까지

피가 피로 어두워질 때까지

우리나라 연극에서 젊은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최치언 시인의 시는 늘 선명하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문득 난해한 시라는 말이 생각난다. 난해한 시라는 말이 있으나 따지고 보면 다가가기에 어렵거나 읽어내지 못하는 시는 사실 없다. 시가 너무 복잡하면 그 시보다는 시인의 혼란한 정신세계를 펼쳐 보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나도 시를 많이 읽다보니 비로소 시가 조금씩 읽힌다. 시를 어떻게 읽느냐는 시의 입장에서 시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읽어보면 시인이 시에서 품고 있는 세상이나 하고자 하는 말이 다가온다. 그리고 시인이 시를 써서 세상에 던지고 나면 시는 독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독자의 마음이 투영되거나 반영 되어 독자 식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 시는 피 속을 달린다. 피는 목숨의 상징이고 피 속을 달린다는 것은 생명을 노해하는 것이다. 피를 흘린다는 것은 죽음으로 접근이나 피가 다 흘러 바닥 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피 속을 달려야 한다. 피톨이 별처럼 아름답게 떠는 피 속을 그것은 분명 생명의 유희이자 생명의 축제이다. /김왕노 시인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최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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