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은 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제공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점주의 개선 의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올해 도내 우수 나들가게로 선정된 시흥시 정왕동 소재 로얄마트의 점주 주찬중(51)·윤미경(49·여)씨 부부는 “골목 슈퍼가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점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가 문을 연 로얄마트는 82㎡(25평)의 소규모 점포다. 총 7천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했고 매월 130만원을 임대비로 내고 있다. 주변에는 공단과 정왕역 등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 초기에는 월 500~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생존의 위기가 찾아왔다.
2009~2010년 정왕역 주변이 이주민단지로 지정, 대규모 원룸촌이 들어섰고 시흥교육지원청까지 입주하면서 상권이 커졌다.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3~4년 전만 해도 주변에 슈퍼는 3곳 정도였는데 불과 1~2년 만에 10곳 이상 늘었어요. 당연히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죠.”
현재 로얄마트 반경 200m 내에는 대기업 편의점 6곳, SSM 1곳, 일반 슈퍼 4곳이 경쟁하고 있다. 또 3㎞ 이내에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 3사의 할인점이 모두 들어섰다.
대기업의 출현으로 경쟁력과 의욕을 잃었던 이들 부부는 2010년 정부가 추진하는 나들가게 사업 참여를 결심한다. 스펙이 동등하다면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어서다.
가장 먼저 외관이 변화했다.
통일성과 세련된 외관을 갖춘 간판교체를 비롯, 고객응대는 물론 재고관리까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최신 POS기기가 지원됐다. 또 마케팅 전문가가 배치돼 디스플레이 구성부터 C/S 교육까지 점포 및 경영 개선 관련 컨설팅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몰랐죠. 고객 동선에 따른 ‘골든 라인’ 구성이라든지, 가로에서 세로배열로 상품 배치를 변경하면 고객 집중도가 높아지는 마케팅 기법 등은 나들가게 사업 참여가 아니면 배울 수 없었던 지식이죠.”
이를 통해 현재 로얄마트는 나들가게로 변신하기 이전에 비해 40% 이상 매출이 신장하며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우수가게로 선정된 것은 나들가게 사업을 계기로 지역 여건을 고려한 경쟁력을 스스로 찾는 노력이 돋보였기 때문.
마트 한쪽 구석에는 동물사료와 애견용 기저귀, 주방과 청소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16.5㎡ 규모의 코너가 별도로 마련됐다.
이처럼 전문 용품 코너를 마련, 이사 수요와 젊은 층 위주의 원룸촌 특성을 파악해 정왕동 주민의 욕구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이와함께 웃음 가득한 이웃사촌의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주씨 부부의 ‘정(情) 마케팅’은 가장 큰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조민경 경기지방중소기업청 나들가게 담당자는 “로얄마트는 주인 대신 직원이 고객을 맞는 SSM 등이 갖추지 못한 친근감을 나들가게 현대화사업을 통해 업그레이드 한 좋은 사례”라며 “특히 지역 고객에 맞게 특화시킨 상품 배치는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점주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