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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김주대"오랜동거"

오랜동거                                                      /김주대

눈이 너의 따스한 피부를 만진다

눈을 통해 너의 까슬까슬한 슬픔과

아득한 넓이를 감각한다

너를 본 감각들은 고스란히 몸에 쌓여

몸이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거리기도 하고

출렁거리기도 한다

너를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길을 걸을 때

몸 안의 네가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는 것이다

너는 어쩔 수 없이 눈으로 들어와

갈데없이 내가 된 감각습관화된 나다

이것은 집착이 아니라 몸이 이룩한 사실이다

너는 사라질 수도 떠날 수도 없다

- 시집 <그리움의 넓이> 중에서

 

‘본다’는 것은 결국 ‘전부’일 수 있다. ‘눈’은 우리에게 모든 것의 시작이다. 눈은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을 통해 감각도 느낀다. 눈을 통해 마음도 읽는다. 눈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동시에 반응을 시작한다. 눈은 순식간에 우리들의 입이 되기도 하고, 귀가 되기도 하고, 코가 되기도 하고, 피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 번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가지 못한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몸 안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본능적인 생명활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종내는 화산처럼 타오르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로 인해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고 혹은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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