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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박홍점

딸기는 그냥 맨몸으로 산다

중심에 씨방 만들어 씨를 가두지도 않고

흩어져 있는 씨까지도 달다

터지지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러나 한번쯤 쨈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딸기의 붉고 여린 표면은 일종의 전략이라는 것을

딸기를 매만지는 손은 때로 경건해 보이기도 하다

열을 가해도 잘 풀어지지 않고

국자로 꾹꾹 눌러도

뱉어낸 수면 속에서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완강하고 질기다

꽃처럼 달콤했던 모습 다 허물어져도

쉽게 헐어버릴 수 없는 심지 하나

뼈의 단단함으로

숨기고 있었구나, 견디고 있었구나

맨몸으로 살아가는 오랜 습성은

딸기의 중심이다

 

 

 

박홍점 시인과 만난 것이 90년대이니 시력이 필자와 20년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그와 시로 만나고 있으니 오래도록 만날 일이다.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서 노래했던 세월이 녹록치 않다. 문학사상으로 등단을 하고 지역문학을 떠난 시점에서 그의 시적 진술은 세상과 다시 한바탕 깊은 사연을 만들고 있었다. 내면을 가볍게 드러내지 않고 딸기 속 은유에 잠긴 인생들이 오버랩 된 순간 잔치는 다시 시작 된다. 맨몸으로 살아가는 순간들이 찡한 가슴을 안고 한 중심의 원을 그리는 일들이 어디 말할 수 없는 딸기만의 전설은 아닐 것이다. 중년의 시인이 느낀 것은 삶이다. 애달픈 가슴 속 파고드는 성장통 사연들만이라도 아름다웠던 시절은 쉬이 물러가지 않는다. 그의 고향 보성차밭이 그렇고 둥지를 튼 이 땅 거주지가 그러하다. 겸손의 미덕으로 살아간 시인의 딸기밭에 엄숙한 경전의 미소가 숨겨진 달빛처럼 고요하기만 한들 어쩌랴

/박병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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