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앞에서 /이가림
밥알 한 톨이
내 목구멍에 들어오기까지는
적어도 60만 명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내 앞에 놓인
고봉밥 한 그릇,
작은 라마 사원의 궁륭처럼
거룩하다
날마다 부질없이
남들이 땀 흘려 쌓아놓은 사원을
세 채씩
허물고 또 허물고 있으니
이 탕감할 수 없는 죄값을
어찌 갚을꼬!
인간은 누구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오직 자신만의 우주이다. 그러니까 일개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속에는 그만의 소중하고 거대한 우주가 담겨있으니 아무리 못난 사람이더라도 우습게 볼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우주는 섬과 같아서 그 우주 단독으로는 존재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무시할 일은 아니다. 우주와 우주가 몇 겹으로 겹치고 엇갈리고 만나야 우주는 우주답게 확장하며 그 가치를 발휘한다. 밥 한 끼 먹으면서 밥알 한 톨에 묻은 수많은 우주를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저 혼자 힘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