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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국내 연구진 등 국제 공동연구로 '돼지 유전체' 지도 완성 인간 질환치료 '청신호'

 

<돼지 유전체 해독, 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유전체(genome)지도는 수백 개에서 수천 개 단위로 염기가 모여 만든 유전자의 숫자와 위치를 나타낸다. 그래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 분석이 가능해져 신약과 바이오장기 개발, 미래 의학 등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지금까지 인간(2001~2003), 침팬지(2002), 쥐(2002), 개(2003)의 게놈지도가 완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돼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06년부터 시작된 돼지 유전체 해독을 위한 연구에는 국내 연구진 14명을 포함, 미국·영국·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일본·중국 등 8개국 132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듀록’ 암컷돼지를 대상으로 19개의 염색체에서 모두 29억 염기쌍을 해독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국내 연구진 중 국제 컨소시엄(SGSC·Swine Genome Sequencing Consortium)에 한국 측 대표로 참여해 지난 11월 15일 과학 전문지 네이처 인터넷판 표지 논문 ‘돼지 유전체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과 진화 해석 가능’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경태(43)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를 만났다.

‘바이오그린21사업’에 따라 유전체 연구를 위해 2003년 특채로 국립축산과학원에 들어온 이 연구사는 돼지 유전체 해독 작업을 위해 40여 마리의 돼지를 직접 도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첫 시료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만큼 빠른 시간 내 장기를 꺼내 액체질소에 보관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돼지 도축과정을 통해선 좋은 연구재료를 확보할 수 없어요. 특히 직접 연구를 하는 사람이 믿을 수 없다면 이후의 작업은 더더욱 할 수 없겠죠.”

연구자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돼지 유전체 해독을 수행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축산과학원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재래돼지와 랜드레이스 교잡을 통한 집단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해 돼지의 주요 경제형질인 등지방두께 및 근내지방함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돼지 6번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돼지 유전체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가 원인이 되는지 실마리조차 알 수 없었다. 목적지의 등대 불빛은 발견했지만 항해지도가 없어 그 곳까지 갈 수 없는 선장의 애달픈 마음이랄까.

“6번 염색체의 해당 부위에 대한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됐죠. 당시 같은 고민을 하던 주요 선진국의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돼지 유전체지도 작성을 수행하고자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고, 한국도 적극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2003년 프랑스 INRA 연구소에 제시했어요. 동시에 돼지 6번 염색체의 지방관련 유전자 탐색도 독자적으로 병행 수행하게 됐습니다.”

초기 국제컨소시엄 결성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당시 돼지는 식용으로만 생각됐고 질환모델동물로서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 관련 연구자들이 적극 참여하려는 의사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던 미국과 영국도 연구 예산을 확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우리나라가 바이오그린21연구사업비와 국립축산과학원 연구비로 200만 달러를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주요 선진국들도 자극을 받아 2006년 본격적으로 8개국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돼지 유전체 해독 국제컨소시엄이 결성됐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만 모두 2억4천300만 달러의 연구비를 확보하게 됐다.

국립축산과학원과 경상대학교(故 전진태 교수), 건국대학교(박찬규 교수), 서울대학교(김희발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박홍석 박사) 등 국내 연구진은 돼지 전체 2.60Gb 분량의 염기서열 중 306Mb의 해독을 담당했다. 2009년 유전체 해독이 완료됐고, 이 연구사는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는 논문위원으로 참가했다.

이 연구사는 “서울대 김희발 교수가 돼지와 다른 포유동물의 진화 분석에 참여하고, 건국대 박찬규 교수는 돼지의 후각 수용체 연구 결과를 내놓는 등 본인들이 주도하다시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기여를 했다”며 “하지만 모두들 자신의 공을 숨기고 저를 논문위원 대표로 참여할 수 있도록 승인해 주셔서 지금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이번에 완성된 돼지 유전체지도는 무엇보다 돼지 육종 및 개량에 중요한 정보가 되고, 유전자의 특성을 통해 돼지가 인간의 질병연구에 중요한 질환모델 동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더 나아가 바이오장기와 같은 수명연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이후 수정되고 보완된 돼지 유전체 정보는 전 세계 연구진에게 공개됐지만 이번 논문 발표 전까지 이 자료를 활용한 어떤 연구도 발표할 수 없다는 협약이 있었습니다. 이젠 제약이 없어졌기 때문에 누구나 국제기준이 되는 돼지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합니다.”

그는 네덜란드 와게닝엔 대학팀이 국제공동연구를 하면서 추후에 해야 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일을 추진했다는 사례를 말하며 “앞으로는 돼지 유전체지도를 활용해 각 국가가 실시하고 있는 연구에 어떻게 잘 적용시키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최신 유전체 해독 연구 기법을 사용해 한국재래돼지의 유전체지도를 작성 중에 있으며, 돼지 기준 유전체 서열 정보를 이용해 우수 종돈을 선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며 “한국형 우수종돈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해 FTA와 같은 위기에서도 국내 양돈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복제돼지 ‘지노’를 비롯해 바이오장기 개발용 돼지 개발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축산 과학 분야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같이 경쟁하는 시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이 있지만 조만간 세계를 선도하는 축산과학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최영호 기자 yhpres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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