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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땀으로 그린 능선 ‘붉은 다락밭’ 펼쳐놓다

하늘 가까운 중국 동천 ‘홍토지’
소수민족 이족·묘족 천년 넘게
해발 2천m 이상의 산 개간
손으로 일군 수직으로 펼쳐진 밭
메밀 등 계절마다 다른 꽃 만개
헤아릴 수 없는 능선·협곡 절경

 

한국카메라박물관 개관 10주년, 김종세 관장 ‘붉은 다락밭’ 展

“계절과 일기마다 조석으로 변하는 자연의 오묘함과 대지가 연출하는 곡선과 등고선에 흠뻑 매료됐습니다.”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 김종세 사진작가는 지난 2009년부터 중국 다락논·밭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작품성이 빼어난 피사체도 피사체지만 험준하고 가파른 산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일이 손으로 경작한 인간의 경이로움과 고단한 삶 속에 웃음을 잃지 않는 현지인을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파른 산을 오르는 힘든 작업 끝에 그는 지난 2001년 다락논 시리즈 1탄인 ‘용배제전(龍背梯田)’을 발표했고 2009년엔 ‘등고선의 향년’ 3D 다락논을 내놓아 관람객들에게 마치 현장에서 보는 듯한 입체감을 안겨줬다.

그는 이 때 또 다른 작품을 머릿속에 그렸다.

중국 서북부 운남성 동천(東川)의 붉은 다락밭 홍토지(紅土地)를 카메라에 담는 작업으로 이듬해 새해 벽두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9차례나 방문, 사시사철 변하는 광경을 담아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카메라박물관(과천시 막계동 330)에서 개관 10주년 기념행사로 ‘붉은 다락밭’ 사진전시회를 오는 3월말까지 연다.

 



 

하늘과 가까운 동천지는 운남성 성도인 곤명에서 동북쪽으로 200여㎞ 떨어진 동천구를 거쳐 다시 남쪽으로 40㎞ 산길을 올라 신정향(新田鄕)에 다다라야 문을 열 정도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용배제전도 그러하지만 이곳 역시 소수민족인 이족과 묘족이 천년이 넘은 긴 세월동안 해발 2천m 이상의 산을 오로지 인간의 힘 하나로 개간해 땅 한 조각에도 그들이 흘린 땀이 절절이 배여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락논이 수평이라면 동천지는 수직으로 형성된 밭이 많다는 점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를 지어야하나 다행히 이들의 노력에 하늘도 감복했는지 연간 강수량이 많아 물 걱정은 하지 않고 기후도 따뜻해 농작물이 잘 자란다고 작가는 귀띔했다.

김 작가의 카메라셔터는 하늘에서부터 시동을 걸었다. 탑승한 비행기에서 짧은 순간 찍은 풍경은 듬성듬성 숲을 제외하곤 온통 붉은색 일색이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진 길은 산허리를 휘감아 돌아가고 사람들이 자주 다녀 자연적으로 생긴 실낱 길은 산맥과 산맥을 동맥과 정맥처럼 굽이굽이 이어간다.

산 정상을 역광으로 비스듬히 찍은 사진은 포커스 배경 외엔 사위가 모두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농경지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홍토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가장 잘 갖춘 지역은 T자형 세 갈레 길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화석두(花石頭)에서 반경 40㎞로 그 면적이 20여㎢에 달한다.

그가 갈 때마다 수일간 머물며 택한 지역도 이곳으로 비탈진 농경지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능선과 협곡들은 섬세하게 표출한 파노라마 대형사진 두 점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40~50도 이상 심한 경사에 자리한 농토 발아래 입을 벌이고 있는 협곡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까마득하다.

홍토지는 계절마다 색상이 다른 꽃들이 만개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5, 6월 분홍색 감자 꽃, 보랏빛 무꽃, 푸르게 자란 보리, 새하얀 메밀, 유채꽃, 수확기에 접어든 노란 유채색….

작가는 그런 장면 장면들을 사진이란 매개체를 빌려 하나하나 기록해 나갔다.

비교적 평탄한 정상 부근에서 끝도 없이 펼쳐진 꽃들의 행진은 어쩌면 하늘에 바치는 헌정(獻呈)이란 생각도 들게 한다.

산 하나를 온통 덮을 기세로 화려하게 펼쳐진 유채와 메밀꽃은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광경으로 관람객들은 먼 곳에서 힘들게 올라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풍경들은 비온 후 해를 보는 것은 쉽지 않으나 맑게 갠 잠시 멀리까지 시야가 트여 절정을 이루고 하늘에 핀 무지개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호사를 누리게 한다.

작가는 쌍무지개를 찍어 주변 경치에 신비스러움을 한층 더했다.

6~9월은 홍토지의 비경으로 꼽히는 운해 촬영이 가능한 시기로 전시장엔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주변 농경지에 온통 하얀 운해가 뒤덮은 좀체 만나기 어려운 장면을 포착했다.

겨울에 가끔 내리는 설경은 여러 번 발품을 팔아도 좀체 접할 수 없으나 그는 단 한 번의 방문에 그런 장면을 포착하는 행운을 잡았다.

밭에 소복이 내린 하얀 눈도 모자라 산맥을 휘감은 운해까지 한꺼번에 담은 사진은 컬러 필름을 사용했음에도 흑백사진처럼 무채색으로 작품성을 한층 돋보인다.

작가는 어둑어둑한 새벽과 해가 서산에 걸린 때까지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않고 동살이 내려앉은 농토와 구름사이로 언뜻 언뜻 비치는 빛 내림, 하늘을 수놓은 붉은 노을 등 절경을 그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옮겼다.

전시장엔 힘들게 농사짓는 장면도 걸려있어 이들의 신산한 삶을 단편적이나마 보여준다.

여인네들은 곡괭이로 땅속 깊숙이 박힌 돌멩이를 파내고 잠시도 허리를 펴지 못한 채 비닐을 구멍 내 파종을 하고 소를 앞장세운 남정네들은 농기구래야 달랑 쟁기 하나로 밭을 간다.

그래도 춥고 배고픈 시절 예전 우리네 모습처럼 인심은 넉넉하다고 작가는 취재기자에게 일러줬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개관 10주년 행사로 ‘라이카(Leica) 모방 카메라 특별전’도 함께 열어 볼거리를 다양하게 했다.

1층 전시장엔 1930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0년대 말까지 라이카 모방품인 250점이 나라별로 전시돼 있어 시선을 붙잡는다.

한켠엔 라이카 정품 100점도 진열해 모방품과 비교토록 했다.

김종세 작가는 “홍토지는 갈 때마다 풍경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 참 묘했다”며 “3년에 걸친 출사 기간 모든 것을 담느라 노력한 만큼 관람객들에게 결코 실망을 안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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