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0 (화)

  • 구름많음동두천 29.9℃
  • 구름많음강릉 33.5℃
  • 구름많음서울 31.1℃
  • 구름많음대전 31.5℃
  • 맑음대구 33.9℃
  • 맑음울산 34.8℃
  • 구름조금광주 32.8℃
  • 맑음부산 31.9℃
  • 맑음고창 32.3℃
  • 맑음제주 32.8℃
  • 구름많음강화 27.0℃
  • 구름많음보은 30.1℃
  • 구름많음금산 31.6℃
  • 맑음강진군 33.8℃
  • 맑음경주시 35.1℃
  • 맑음거제 30.9℃
기상청 제공

[설특집]“가족의 힘, 내 인생의 버팀목 다문화가정 ‘멘토’ 되고 싶다”

이주여성의 아픈 마음 보듬어주고 싶어
‘코리안 드림→ 패밀리 드림’ 이뤄 뿌듯
한국말 배우며 소통 뒤엉킨 실타래 풀어

 

■ 아픔 딛고 ‘패밀리드림’ 가꾸는 몽골 출신 네르구이 씨의‘희망 이야기’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 등을 생각하면 대부분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서 윤택한 삶을,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가난한 나라에서 건너온 외국인들이라고 대부분이 생각한다. 틀리지는 않지만 맞지도 않다. 한국생활에 정착해 한국인으로 살고 있음에도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이들은 도내 6만1천280명으로 지금도 한국의 구성원으로 꼿꼿하게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집에 가고 싶어 힘들었지만 이제는 가정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몽골 출신의 바야르사이항 네르구이(36·여)씨.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코리안 드림’에서 ‘패밀리 드림’으로 꿈을 탈바꿈한 네르구이씨가 꿈꾸는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설 명절을 앞두고 수원시 구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네르구이씨의 생김새는 여느 한국인과 다를 바 없다. 밝은 미소를 연신 띄며 입을 연 그는 쑥쓰러움과 신기함을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한국말을 곧잘하는 그는 한국생활이 벌써 9년째, 결혼생활은 7년째다.

네르구이씨는 7살 난 딸과 4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 한 남자의 부인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다. 그는 “시어머니와 예쁜 오누이, 사랑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네르구이씨의 ‘한국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자매의 차녀인 그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큰 언니를 대신해 어려서부터 궂은 일을 도맡아 왔다. 장녀 역할을 해왔던 그는 그리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형편 때문에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접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먼저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친구의 도움으로 수원의 한 전자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막연히 돈을 벌 욕심에 머나먼 타국생활의 외로움은 그의 눈가에 눈물을 맺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네르구이씨는 18살 때부터 자신이 잘하는 미싱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일터를 옮겼다. 옆에는 친구가 함께 했다. 전자회사에서 많은 도움을 줬던 지금의 남편도 한국생활 적응에 큰 힘을 북돋아줬다.

네르구이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2년간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 위해 바로 한국에 들어온 다른 결혼이민여성들 보다 큰 어려움을 몰랐다”면서 “당시 수원을 떠나있을 때도 남편이 곁에서 도움을 줘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르구이씨의 한국생활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한국남자와 결혼을 생각지도 못했던 그가 몽골로 부모님께 결혼 승락을 받으러 갔을 당시, 할머니와 아버지가 같은 해 갑자기 사망했다. 같은 해 남편이 다니던 회사도 부도가 났다. 몽골에서 사업을 벌였던 그는 다시 한번 바닥을 치며 악재가 겹쳤다. 이에 2006년 몽골에서 혼인신고만 한 뒤 정식 가정을 꾸리게 됐다.

인테리어 사업으로 뒤엉킨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2007년 첫 딸을 출산, 2009년 결혼식을 올리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때에 어김없이 불행은 또 한번 찾아들었다. 둘째 임신중에 찾아온 시부모님의 암수술이었다.

네르구이씨는 “저를 그토록 예뻐해주고 도움도 많이 주셨던 시부모님께서 편찮으셨을 때는 같이 아픈 것 같았다. 당시에는 좋은 일과 불행이 함께 왔는데 둘째를 출산하고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로 입원중에 돌아가셔서 낯설고 힘들기만한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네르구이씨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한 가정의 아내였다. 이 때문에 한 마음을 부여잡고 더 밝은 모습으로 가족들을 대했다고 한다.

한국생활에 적응을 끝낸 네르구이씨는 하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그는 “한국어와 한글이 어려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도 막힐 때가 가끔있는데 딸이 이제 한글을 떼었다고 반대로 알려줄 때도 있다”고 했다. 한글과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그는 한국어 능력시험 중급에 도전한다.

암수술로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고용안전센터에서 실시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 등록, 한식요리자격증도 취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네르구이씨는 “혼자서 TV를 보며 한국말을 배우고 사람들과 교류나 소통없이 혼자 지새웠던 날이 많았고 육아에 관한 방법, 한국문화, 관습 등을 몰랐는데 외국인센터, 다문화센터 등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다문화양성과정·동화구연 자격증도 올해 취득한 상태로, 많은 다문화가정에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웃음지었다.

내년이면 큰 딸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다문화가정 아이라고 한국에서 ‘왕따’를 당한다고 하는데, 사실 걱정되는게 사실이고 엄마의 나라인 몽골을 알려주고 이해시키려 애쓴다”면서 “한국의 사회생활에 다문화가 발목잡지 않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같은 눈으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고 ‘꼭’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올해 몽골의 설은 한국과 같은 10일이라고도 했다. 몽고에 있는 가족들이 많이 생각이 난다고 전한 뒤 가족들과 전통요리인 만두와 오츠(양 고기를 찜통에 찌우는 요리)가 먹고 싶다고 그리움과 아쉬움을 대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되레 발목

■ 다문화 지원에 문제없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업 추진에는 현실적 난관이 상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식의 제한된 정보제공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개인정보의 이용·제공 제한)에 따라 개인정보 접근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다, 다문화가족지원법시행령 제14조(정보제공의 범위)에 의거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지만 이름, 성명, 출생년도, 국적, 주소 등의 범위내에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에 확보된 결혼이민자 데이터와는 달리 새로 유입된 결혼이민자를 찾아내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미등록 ‘사실혼’ 관계의 결혼이민자는 더욱 어려운데다, 파경을 맞았거나 불법 결혼이민 등 ‘문제 가정’의 수소문에도 애를 먹고 있다.

부처별로 제각기 다양하게 추진되는 유사·중복 추진사업도 시급한 정리과제다.

현재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8개 중앙부처에서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재한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30여개 사업을 펼치면서 한해 2천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구심점 역할을 맡을 다문화 전담기구를 설립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