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에 때아닌 의전(儀典) 논란이 일고 있다.
행사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출직 공직자들을 소개하는 순서가 다를뿐 아니라, 소개 순서에 따라 참석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행사장에 참석하는 선출직은 행사 주체에 미리 의전을 주문하는 신경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행사장에서의 소개 순서는 자신의 입지와 위상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해 의전을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 해프닝처럼 펼쳐지고 있다.
지난주 구리시 A단체는 행사에 참석한 지역출신 시의원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시의원을 먼저 소개하고 뒤 이어 민주당 부의장을 소개하는 등 뒤죽박죽으로 의전을 진행했다.
이날 주최측은 일부 민주당측 시의원들이 “부의장을 뒤에 소개하는 예는 잘못된 것이다. 의전 순서가 뒤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의하자 “그냥 순서없이 진행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행사 참석자들은 “A단체의 의전은 상식 밖”이라며 “요즘 행사 주체마다 의전이 모두 다르다”고 했다.
또 구리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은 시 주관행사 때 시의원을 먼저 소개하고, 그 다음에 도의원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을 최근 집행부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시의회가 공식 문서로 요구해 오면 검토해서 의전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의전에서는 당연히 도의원을 먼저 소개하는 관례가 통용됐으나, 본격적인 지방시대가 뿌리를 내리면서 의전 형태가 뒤바뀌는 세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시의회측은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는 의전이 필요한 때”라며 “자치시대에는 시의원이 당연히 먼저”라는 주장을 폈다.
이 때문에 구리시는 지난 3·1절 기념식 등 시 주관 공식행사에서 아예 선출직 지방의원에 대해 소개를 생략하고 있다. 괜히 잘못 소개해 의전에 따른 불만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소개할 때 시장, 시의장에 이어 세번째 소개하는 의전 방침을 최근 확정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때 마다 의전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경기도내 31개 자치단체중 17곳에서 사용하는 의전을 모델로 삼아 국회의원을 세번째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B기관장은 “행사 주체마다 유독 선출직을 소개하는 의전이 달라 혼란스럽다”면서 “지방자치시대에 알맞는 의전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정부의전 편람을 통해 국가 의전지침을 명시하고 있으나, 지방자치 의전에 대한 내빈 소개, 좌석 배치 같은 의전규정이 전혀 없어 자치단체가 의전 눈치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