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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단단한 습관

 

단단한 습관           /장상관

1

인간은 소젖을 먹고도

소를 어미라 부르지 않는다

살 베어 먹으면서도 질기다 기름이다 말도 많다

수많은 생명에 기대어

사육될 수밖에 없는 생명이

모두 사육하기를 원한다



2

가랑비에도 하굿둑이 허물어질 수 있다



3

실수도 쓸모가 있다

반복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몸도 기억력이 있다

-장상관 시, 문학 무크 『시에티카 제7호』, 시와에세이, 2012

 

 

 

인간들의 자기양육에 대한 이중적 인식을 질타하는 잠언(箴言)같은 시편이다. 인간의 단단한 습관은 더러 자연에게는 답답한 습관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키우고 양육한 생명에게 그저 그것은 음식일 뿐이라고 우긴다. 참으로 단단한 교만이다. 높으나 낡았고, 두터우나 닳아버린 인간의 권력경계를 보라. 정치권력의 둑이나, 자본권력의 둑이나, 지식권력의 둑에게 이 시는 말한다. 잎사귀 하나 뚫을 수 없는 가랑비일지라도 그 오만한 둑도 오랠수록 가랑비 한줄기에도 반드시 무너지리라고, 아무리 단단했던 인간의 습관도 자연의 순리, 천리(天理) 앞에 여지없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우리 몸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집중하는 기억력이 있다. 그러나 나의 답답한 습관을 들여다보는 겸손한 눈이 없이는 자신의 둑이 순간 무너지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지금 우리는 밖이 아니라 나의 닫힌 둑을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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