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신문을 읽으며 /윤석산
토요일 아침, 조간신문 토요 섹션을 본다.
신문 첫 면에는 한쪽 팔이 없는 부인과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남편이 서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서 있다.
신문을 넘기고 넘겨
맨 마지막 면에 이르면, 팔십 세 소년이
팔십 세 소녀 부인의 손을 잡고 빙긋이 웃고 있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웃는구나
손을 잡으면 누구나 마음이 환해지는구나
팔이 한쪽 없어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도
나이가 팔순이 넘어도
손을 잡으면 누구나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구나
그래서 세상의 앞면과 뒷면 모두를 장식하는구나.
토요일 싱그러운 아침을 열며
한쪽 팔이 없는 사람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의 손을 잡고
활짝 웃으며 걸어 나온다.
팔순이 훨씬 지나도 스물같이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계면쩍음도 없이 서로 손 꼭 잡고
한 장 한 장 또 한 장 세상 넘기고 계신다.
출처 - 윤석산 시집 『나는 지금 운전중』- 2013년 푸른사상
형식적인 인사치레이기 십상인 악수와 달리, 둘이 나란히 손을 잡는 행위는 ‘열린 마음’ ‘동행’의 의미가 짙다. 친구나 형제자매, 부부, 부모 자식 간이 아니면 선뜻 나올 수 없는 포즈다. 시인은 토요일 아침 신문을 읽다가 발견한다. “손을 잡으면 누구나 마음이 환해지는구나”, “손을 잡으면 누구나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구나”. 생각해 본다. 환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웃은 적이 언제였던가를. /박설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