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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메이저리거, 눈물과 인내·내려놓음

코리안 특급 박찬호 19년 야구 인생
슬럼프·비난에도 묵묵히 한길 걸은
그의 신념 통해 삶의 진정성 성찰

 

LA 다저스 마크가 있는 파란 모자를 쓴 동양 청년이 야구 경기장에 등장한다.

마운드에 서서 모자를 벗고, 심판을 향해 90°로 인사한다. 그리고 숨을 한 번 고른 후,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

시속 161㎞의 강속구를 던지던 대한민국 첫 번째 메이저리거, 바로 ‘박찬호’다.

그는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를 보여줬다.

한국 사람이 거구의 서양 타자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스트라이크를 얻어내고 포효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

 


박찬호는 말 그대로 영웅, ‘코리안 특급’이었다.

하지만 영웅은 우리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히고 특급이라는 말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를 수식하는 말은 어느새 ‘먹튀’, ‘부상’, ‘부진’으로 채워졌다.

우리는 박찬호를 잊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우리를, 야구를 잊은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미국, 일본, 한국 프로야구 리그, 그 19년의 시간을 거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왜 ‘박수칠 때 떠나라’는 조언을 뒤로 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야만 했을까.

모텔 방에서 참치 캔 하나로 끼니를 해결하던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혹시 날 원하는 팀이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때에도, 오로지 다음 공을 던지는 생각만 했다.

내가 잘해야 한국의 자긍심이 높아진다는 그 사명감을 지키려 했다. 무엇이 그를 지탱하게 했던 것일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조용한 호흡 속에서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과거의 영광, 최고의 순간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렸다.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자 다시 삶에 대한 불씨가 지펴졌고, 자신의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박찬호는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냈다.

박찬호가 중학교 때부터 써온 일기장과 현재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에는 자신의 신념과 생각이 가득하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끝은 무엇이고 시작이란 무엇인지.

거기에는 야구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 인생의 커다란 굴곡을 경험한 한 남자가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박찬호의 글들이 모여 만든 대한민국 첫 번째 메이저리거의 눈물, 인내, 내려놓음의 기록이다.

또 제2의 인생을 앞둔 한 남자가 말하는 지난날에 대한 쑥스러운 고백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떠나야 할 때가 온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하나가 끝나야,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그래도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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