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밝덩굴
비 오는 날,
시청에서 구로동버스를
탔습니다.
창밖의 우산도
창 안에서는 작았습니다.
빙 도는
노선버스라
자꾸자꾸 돌았습니다.
밝덩굴 시인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사랑하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녀에게 순우리말의 긴 이름인 ‘박차고나온노미샘이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할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마지막 남은 한 분 혈육인 어머니마저 여의고, 제대 후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던 날에 비가 쏟아졌다. ‘시청-구로동’을 도는 버스를 타고 시인은 그저 울었다.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리고 버스를 탄 채 시청에서 구로동으로 자꾸만 자꾸만 돌았다. 이제 그 버스에서 내려온 시인은 일상과 이상을 왕복하는 버스에 올랐다. 아름다운 시들을 흩날리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