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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는 손끝 잔잔한 밤 공기가 빚은 판타지

모차르트서 베토벤까지…섬세한 선율 가을 재촉
피아노 음률·객석 잡음까지 조화, 야외공연 백미
베토벤 합창환상곡 역동적 연주 공연 피날레 장식

 

피스앤피아노 피날레 파크 콘서트

지난 17일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8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2013 제2회 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이 24일 피날레 파크 콘서트를 끝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김준희, 김규연, 윤홍천이 나섰으며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았다.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한 페스티벌의 마지막 곡, 베토벤의 ‘피아노와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다단조op. 80 합창환상곡’에는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 해 피아노, 오케스트라와 하모니를 이뤘다.



페스티벌의 첫 날, 오프닝 콘서트(17일) 당시 느껴졌던 여름밤의 더위는 어느새 한 풀 꺾여 있었다. 수원 제1야외음악당으로 자리를 옮긴 페스티벌의 마지막 콘서트는 잔잔히 불어오기 시작한 밤공기와 함께였다.

피날레 파크 콘서트의 첫 곡은 피아니스트 김준희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 내림나장조 27번.

모차르트의 마지막 협주곡인 이 곡은 추락한 명성과 가난으로 그가 힘든시기를 보내던 때에 쓰여졌음에도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다.

김준희가 건반을 튕기며 발랄하게 시작하는 피아노 선율은 들판을 뛰노는 어린아이의 명랑함을 느끼게 했다. 들판에서 숲으로, 숲에서 연못가로 넓은 대지를 뛰노는 듯, 피아노 선율은 선선하게 식은 여름 밤의 공기에 녹아들었다.

왼편 건반으로 건너갔던 그의 손이 다시 피아노의 중앙으로 돌아오면서 끝난 1악장에 이어 솔로로 시작되는 2악장은 조금 넓어진 음역으로 피아니스트 김준희의 섬세함을 전했다.

이어 다시금 밝아진 3악장에 이르렀을 때 객석에서 어린 아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에 섞여 들었다. 자칫 연주를 흐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 소리는 생동감 넘치는 피아노 선율과 조화를 이루며 의외의 신섬함으로 다가왔다. 야외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리라.

두번째 곡은 피아니스트 김규연이 연주하는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사장조.

라벨이 작곡한 두 편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인 이 곡은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붉은 색 드레스로 몸을 감싼 김규연이 무대로 들어섰다. 조명 아래로 피아노가 드레스의 붉은 색을 머금었다.

오케스트라도 일부 연주자가 바뀌어 타악이 늘어났다.

연주의 시작과 함께 짧고도 날카로운 타악음이 연주자들을 채찍질 하자,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한바탕 몰아치며 앞선 곡과 전혀 다른 색채로 귀를 사로잡았다. 건반 전체를 쓸어내리고서야 연주는 잠시 숨을 골랐으나, 이윽고 질주하기를 반복했다.

하프의 짧은 독주와 긴장을 전하는 타악음, 김대진의 손끝으로 타악연주자들이 채를 잡아쥐기 시작하면 묘한 긴장이 더해졌다.

김규연은 온 몸으로 연주를 이어 갔다. 격정으로 치닫을 때면, 그는 더욱 피아노에 몸을 던졌고, 그가 몸을 던질 수록 피아노는 드레스의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럼에도 피아노의 각 건반은 또박또박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수한 언어를 쉬지않고 쏟아내면서도 명확하게 음색을 드러냈다.

진행을 맡은 유정아의 말을 빌어 이번 2013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은 공교롭게도 베토벤으로 시작해 베토벤의 곡으로 그 끝을 맞았다.

콘서트의 대미이자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와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합창환상곡’이다.

연주는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나섰다.

혁신적이라 불리는 베토벤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파격적인 이 곡은 피아노 협주에 합창이 가미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합창단원을 시작으로 수원시립합창단이 무대로 자리를 잡았다.

베토벤의 곡 답게 격렬하게 요동치는 피아노 선율이 귀를 가득 채웠다. 한번 건반 위로 올라간 연주자 윤홍천의 손은 쉬지않고 건반을 두드렸다.

숨가쁘게 뿜어져 나오는 선율, 그러나 윤홍천에게선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때문에 건반을 통해 전해진 피아노의 선율은 미쳐 피아노 망치가 줄에 닿기 전, 이미 그의 몸을 타고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3악장에 이르러 합창이 함께 하기 시작하자 한층 빨라진 그의 손놀림이 눈을 사로잡았다. 남성 합창단원의 육성이 더해지고 오케스트라가 차오르면서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지며 장대하게 곡이 마무리 된 후, 음악당을 가득 메운 박수갈채 속에 미소로 관객에 화답하는 윤홍천의 이마가 땀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모든 연주를 마치고, 김대진을 비롯한 이날의 출연진들이 관객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들었을 즈음,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 달이 떠올라 있었다. 만월을 지나 살짝 기울어진 달이 끝나버린 페스티벌의 아쉬움을 더하는 밤도 천천히 검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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