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숙
/백석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워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여보며
이 산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골과 생업과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독거노인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등 우리 주위에는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시대 환경은 다르지만 백석은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의 삶을 어루만졌다. 백석의 <산숙>에는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숙소로 머무는 국수집이 공간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국수집은 나그네들에게 ‘따뜻한’ 곳이다. <산숙>의 화자는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낯선 사람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한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낯선 사람들, 즉 ‘목침’을 베고 누워 그 목침들에 ‘새까만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고충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따뜻해질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목침을 새까맣게 만드는 낯선 이들과 합일되는 것이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