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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쏟아지는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감탄이 절로

국회의원이 불륜을 즐기려는데
창문 틈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지만 공연예술에 한해서는 예외라 하겠다.

특히 해를 더할수록 수준이 올라가는 연극 관객들 사이에서 ‘소문난 잔치’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날카로운 평론도 제법이어서 최근의 관객에게 소문이 나려면 무엇하나 허투를 수가 없다.

그럼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레이쿠니의 연극은 풍자와 해학으로 무장해 우리네 정서에 맞춤일 뿐 아니라 탄탄한 구성으로 대학로 등지에서 꾸준히 흥행하며 ‘소문난 잔치’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 ‘룸넘버13’ 역시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서 다시보고 싶은 연극 순위에 꾸준히 오르며, 관객을 끌어당긴다.

그 ‘룸넘버13’이 가까운 수원KBS아트홀을 찾아왔다.

연극 룸넘버13은 호텔 613호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바탕의 코미디다.

국감을 앞두고 호텔을 찾은 여당 국회의원 리차드는 국감 연설을 뒤로 하고, 야당총재의 비서 제인과의 불륜을 즐기려 한다. 그러나 우연히 창문 틈에서 시체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사회적 위치와 제인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경찰에 채 신고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리차드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사건을 감추기 위해 리차드의 비서 조지가 불려오지만 자꾸만 나타나는 호텔지배인과 웨이터의 훼방에 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 제인의 남편 로니가 등장, 이어 리처드의 부인인 파멜라까지 깜짝 방문한다.

시작부터 쉴새없이 쏟아지는 배우들의 대사와 에너지 가득한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좀처럼 상황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반이 넘어가면서 어느새 시체는 조지의 형이 되고, 리처드는 그들의 큰 형이 돼 버려선 난데없이 삼형제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로니가 등장하면서 조지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파멜라가 등장하자 성격까지 변해버린다.

상황이 이쯤 되니 관심사는 시체를 어떻게 해결하는 가에서 이제 그들이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간 쏟아낸 거짓말 하나하나가 절묘하게 엮어지면서 그들에게 상황을 벗어날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종반에는 그 구성의 탄탄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것이 연기자들의 호연이다.

암전 한번 없이 원스톱으로 100여분을 내달리며 긴박함을 이어가는 극을 잠깐 빠져나와 보면 쉴새없이 방을 들락날락거리는 인물들의 동선과 대사의 ‘합’이 이뤄내는 앙상블의 무게가 눈에 들어온다.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매끄럽게 극을 이어가면서 정확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배우들의 열연과 그 능숙함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와중,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기진맥진해 물 한 잔을 들이키는 리처드와 조지의 모습에서는 함께 갈증이 해소되는 시원함 마저 느낄 만큼 몰입돼 있었다.

이처럼 연극은 배우들의 호연과 주요 인물들이 당면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스토리의 뼈대 만을 머리에 두고 극을 관람해도 만족스럽게 즐기고 나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야당의원이면서 ‘미친개’라는 이명을 가진 정치인으로서의 리처드의 모습과 그의 불륜 행각들을 통해 정치적인 풍자의 영역에서 감상하면 블랙코미디로 감상할 수도 있다.

마침 국감이 진행되는 시기적 상황과 맞물려 답답한 뉴스들에 먹먹했다면 연극 룸넘버13을 통해 한바탕 웃어보기를 추천한다.

이번 수원KBS아트홀에서의 공연은 2014년 1월 5일까지 이어진다. 전석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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