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흐림동두천 25.6℃
  • 구름많음강릉 28.4℃
  • 흐림서울 26.3℃
  • 구름많음대전 29.0℃
  • 구름많음대구 28.8℃
  • 맑음울산 28.2℃
  • 구름많음광주 28.2℃
  • 맑음부산 27.3℃
  • 구름많음고창 28.0℃
  • 맑음제주 30.9℃
  • 흐림강화 26.5℃
  • 구름많음보은 27.5℃
  • 구름많음금산 28.9℃
  • 맑음강진군 28.5℃
  • 맑음경주시 28.2℃
  • 맑음거제 27.6℃
기상청 제공

[공연리뷰]수상한 흥신소

‘귀신 보는 남자’와 한 많은 귀신들이 만났다

 

죽은 영혼과 대화 가능한 주인공
사무실 차려 귀신의 한 풀어줘
귀신들 이야기, 옴니버스로 구성
사람과 귀신 사이의 경계 모호
오직 연기 통해서 구분 가능해
분당소극장서 12월1일까지 상영


그간 연극을 보기 위해 자주 대학로를 찾게 되면서 작은 아쉬움이 생겨났다.

가까운 곳에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것.

때문에 지난 8월 15일, 대학로를 벗어나 분당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극 관람의 메카를 꿈꾸며 개관한 분당소극장은 반갑다.

분당소극장이 지난 9월부터 12월 1일까지 선보이는 그 두번째 연극은 웰메이드 창작연극 ‘수상한 흥신소’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백수이자 고시생 ‘상우’를 둘러싼 귀신들의 이야기다.

죽은 영혼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상우는 우연한 계기로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 귀신 ‘김동연’과 만화작가가 꿈이었던 귀신 ‘오덕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죽은 영혼들이 생전에 미처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일들을 대신 해결해 주는 일을 시작한다.

일반인들에겐 그야말로 목적불명인 ‘수상한’ 흥신소를 차리게 된 것. 연극은 그들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웃음과 버무려 풀어낸다.

연극은 줄거리 안내만으로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단번에 떠올리게 만든다. ‘귀신을 보는 주인공이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상위 텍스트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텍스트는 오래 사용돼 왔고, 또 자주 사용돼 오고 있다.

해외 드라마인 ‘고스트 위스퍼러’나, 국내 영화 ‘헬로우 고스트’ 등도 비슷한 예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 일본에서 연재된 만화 ‘고스트스위퍼’가 가장 가깝게 생각됐다.

비록 만화라는 장르상 판타지 요소가 강했지만, 사무실을 차려놓고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설정을 처음 으로 접한 것이 이 만화였다.

요는 ‘귀신을 보는 주인공이 귀신의 한을 풀어 준다’는 텍스트는 매력적인 하위 텍스트를 생산하기 좋으며, 가능성을 무궁히 가지고 있으며, 이 텍스트를 기반한 창작물들이 어느 정도 재미를 담보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자. 흥신소를 차린 상우와 두 귀신은 다양한 부류의 귀신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한을 하나 둘 풀어간다. 각각의 에피소드 처럼 분리 돼 옴니버스 형식을 빌려 전개되는 귀신들의 이야기는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아가며 큰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극의 중심이 되는 귀신역할은 ‘멀티맨’들의 몫이다. 나이와 직업이 각기 다른 군상들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뒤에서 분주할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다.

많은 경우 얼굴을 희게 분장하거나 푸른 조명을 통해 인간과 귀신을 구분하는 연출이 사용되지만, 다역을 소화하기 때문인지 특별한 얼굴 분장은 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표면적 변화는 의상에 의존하면서 나머지는 오로지 연기로 구분해 내는데, 귀신과 사람의 경계 역시 연기로 드러난다.

이 연극에서는 중반 이후 상우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반응하는 인물인가 아닌가로 귀신인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를 극본을 통해 온전히 표현한 방식도 영리하게 느껴진다.

매번 색다른 캐릭터를 눈앞에 펼쳐 보이지만 역시 동일한 배우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그들은 능청스러움을 택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나는 이번엔 이 귀신이니까 그렇게 알라’는 듯한 태도는 연극적 약속으로,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통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 듯, ‘수상한 흥신소’의 귀신들은 무섭거나 괴기스럽지 않다. 오히려 연극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들 귀신이다. 귀신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에 웃음까지 담당하면서 멀티맨의 비중이 상당하다. 때문에 연극은 멀티맨의 원맨쇼처럼 느껴지지만, 극 후반 상우가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배경이 드러나면서 캐릭터의 무게를 되찾아 균형을 맞춘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관객에게 ‘당신이 기약 없이 죽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문득 몇해 전 SNS를 타고 떠돌던 소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죽은 어머니의 문자를 확인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우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연극은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삶을 이야기 한다.

분당소극장 공연에는 배우 최연후, 김진, 조한나, 유일한, 정의광, 김보람, 김수진가 출연한다. 전석 3만5천원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