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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 있는가

전기가 지배하는 지구에 홀로 남아
시공 넘나들며 뚜벅뚜벅

 

백남준아트센터 수상작가
더그 에이트킨 국내 첫 전시회

백남준아트센터는 내년 2월 9일까지 2012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 더그에이트킨의 개인전 ‘더그 에이트킨: 전기지구(Electric Earth)’를 연다. 지난 6일부터 진행된 이번 전시는 더그에이트킨의 국내 첫 개인전이며, 작품 ‘전기지구’는 더그에이트킨의 비디오 아트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이다
.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전기지구’展 내년 2월9일까지

영상 8점 어두운 4개 공간에 전시
비연속적 시간·공간, 통감각적 자극
9분50초간 하나의 꿈 보는 듯

백남준 회고전 ‘백남준 온 스테이지’
젊은 시절 퍼포먼스 결과물 등 전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소개된 더그에이트킨의 ‘전기지구’는 그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소개되고 있다.

‘전기 지구’는 총 8점의 영상으로 구성된 다중채널 영상 작품으로, 4개의 공간에 걸쳐 상영된다. 첫 번째와 마지막 공간에는 각각 1점의 영상이, 두 번째 방과 세 번째 방에서 각각 3점의 영상이 설치돼 있으며, 관객들은 어두운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실 걸어나가며 영상이 전하는 시각적, 청각적 신호를 받아들이게 된다.

첫번째 공간의 영상은 한 흑인 남성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얀 방의 색감과 대조를 이루는 이 남성은 침대 위에 잠을 청하듯 누워있다. 슬며시 감기는 남자의 눈. 감길 듯 감기지 않는 남자의 눈은 이내 번뜩 뜨이고, 남자는 시선이 향하는 문으로 힘있게 걸어 나간다.

 

이어지는 2번째와 3번째 공간은 하나의 넓은 공간을 얇은 막으로 구분지어 놓은 형태다. 남자가 거닐게 된 공간에는 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마치 남자가 지구상에 혼자 남은 인류인 듯 보인다. 움직임을 보이는 객체들은 오로지 전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들로, 마치 전기가 지구를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그 가운에 종종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감시용 카메라는 남자를 감시하는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불안감을 전하기도 한다.

두번째와 세번째 공간을 구분하는 얇은 막은 두 공간을 단절하는 듯 하지만, 영상과 소리를 차단하지 않고 있다. 또 두 공간에 설치된 6개의 스크린에는 각기 다른 공간을 지나는 남자의 모습이 비춰지며 시간과 공간을 비연속적으로 보여줘 선후 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 이 6개의 스크린에서 전해져오는 신호는 서로 간섭하고 있어 감각을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게 하지 않아 통감각적으로 관객을 자극한다.

영상 속 남자 역시 공항 주변의 빈터, 자동차 세차장, 슈퍼마켓 주차장 그리고 무인 자동세탁기 등으로 구성된 상이한 공간을 단지 걷기만 하지 않고, 움직임의 속도와 형태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면서 관객의 일반적 감각을 흐트린다.

마지막 공간의 스크린에는 이제 무수한 공간을 거쳐온 남자가 멀리 보이는 터널로 다가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남자가 터널에 가까워 질 수록 초점이 흐려지면서 몽화적인 느낌을 전하는 영상은 그것이 공간을 벗어나는 남자의 모습인지, 혹은 또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인지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는 한편, 첫 공간의 장면과 엮이면서 9분50초간의 영상이 하나의 꿈인 듯한 인상마저 전한다.

 

존재를 인식하는 두개의 축인 ‘시간’과 ‘공간’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 ‘전기지구’를 통해 작가인 더그 에이트킨은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해체해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더그에이트킨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백남준 아트센터 측은 백남준의 예술가로서의 일생을 기록한 회고전 ‘백남준 온 스테이지’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백남준이 직접 기획하거나 무대에 선 퍼포먼스 영상들과 함께 그의 예술세계가 확장돼 가는 과정을 담은 연표와 퍼포먼스에 사용된 결과물들이 전시돼 미디어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행위예술가로서 정력적인 삶을 살았던 백남준의 젊은 시절도 만나 볼 수 있다. /박국원기자 pkw09@



“한국 첫 전시 ‘나의 뿌리’ 선택”

[인터뷰]더그 에이트킨

 

‘전기지구’ 나의 본질 보여줘
관객들 안정적인 거리 깨고
작품 내부 들어와 경험 창출

“한국에서 하는 첫 전시다 보니 ‘나의 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줘야 겠다는 판단 하에 전기 지구(Electric Earth)를 택하게 됐습니다.”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 더그 에이트킨(45)는 지난 6일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전 ‘더그 에이트킨: 전기 지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다양한 예술 매체를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더그 에이트킨은 지난해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다.

그는 1997년 휘트니비엔날레에 참여한 이후 뉴욕현대미술관, LA현대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리 퐁피두 센터 등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고,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기 지구’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건물 외벽 등을 이용한 대형 야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맨해튼 소재 빌딩들의 외벽을 이용, 도시 일대를 확장된 영화관으로 변모시킨 대형 프로젝션 ‘몽유병자들(sleepwalkers)’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고, 2009년에는 브라질의 숲 한가운데 소닉 파빌리온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8점의 영상이 4개의 방에 걸쳐 상영되는 그의 작품 ‘전기 지구’에는 한 흑인 남성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인간인 듯 전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미지의 도시들을 가로지른다. 마지막 인류인 듯 한 인간으로 흑인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 사람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아니면 황인인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의 신체 움직임이 도시의 주변 환경들의 맥박과 리듬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적합했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movement of time)’에 초점을 둔 작품입니다.”

그는 국내 첫 개인전으로 14년 전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전기 지구는 나의 뿌리 즉, 본질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이후 발표한 작품들도 모두 전기 지구로부터 성장했다”며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만큼 나의 뿌리를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안정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며 “관객들이 (나의)이러한 의도를 알고 작품과의 안정적인 거리를 깨고 작품 내부로 들어와 자신만의 경험을 창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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