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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 원피스

 

박경숙

한 번도 꺼내 보인 적 없던

엄마의 사랑

서랍 깊숙이 간직되어 있다

시집 와 남편에게 처음으로 받았다는

빨간 원피스

아까워서

너무 좋아서

그때는 아끼느라 입지 못했던 옷

엄마의 사랑을 펄럭이며 딸들,

번갈아 입어 본다

시집 와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받았다는

빛바랜 원피스

딸들에게 꼭 맞다



 

여자는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친정에서 딸로 태어나고, 또 한 번은 시집에서 엄마로 태어난다. 이 시의 화자는 서랍 깊숙이 간직되어 있던 어머니의 원피스를 발견하고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이제는 어머니처럼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버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알뜰살뜰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받은 원피스는 너무 좋지만 그것이 닳을까 아까워 꺼내 입지 않는다.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이다. 이 사랑으로 인해 가정이 행복한 것이다. 시인은 한신대 문창과 출신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병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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