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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예찬·소망기원… 동·식물 화폭에 살리다

 

풀·벌레, 물고기, 짐승, 꽃·새
‘화조영모화’ 작품·표본 재현
내년 3월 9일까지 전시

자연 아름다움·조화로운 삶
다산·출세·사랑 등 표현
베개모 등 규방작품 함께 감상


경기도박물관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

옛 조상들은 주변의 생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통해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동식물 속에 담긴 특별한 상징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옛 조상 중 누가 그림에 동식물을 그렸으며, 그 동식물을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 지 궁금해 진다.

이러한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올 겨울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경기도박물관은 내년 3월 9일까지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동식물이 그려진 그림인 ‘화조영모화(花鳥翎毛畵)’에 속하는 작품들을 표본과 모형을 통해 입체적으로 재현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옛 그림 속 우리 생물’ 특별전을 갖는다.

지난 26일부터 진행된 이번 전시는 크게 ‘풀과 벌레’(草蟲), ‘물고기’(魚蟹), ‘짐승’(翎毛)’, ‘꽃과 새’(花鳥) 등 4부로 구성된다.

풀과 벌레가 그려진 초충도(草蟲圖)를 선보이는 1부 ‘풀과 벌레’에서는 여뀌, 원추리, 모란, 맨드라미 등의 식물과 나비, 메뚜기, 잠자리, 매미 등의 곤충이 등장한다.

이들이 그림의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옛 조상의 소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신사임당, 정선, 심사정, 김홍도처럼 이름이 알려진 화가들 외에도 많은 화가들이 초충도를 그렸다. 전시에는 대표적으로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풀과 벌레’, 남계우의 ‘여러 마리의 나비’ 등이 생물 표본으로 재현된다.

신사임당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풀과 벌레’는 전체적으로 식물들을 화면 가운데에 배치하고 그 주변에 곤충들을 그려 넣어 고운 채색과 연한 먹으로 표현함으로써 여백을 활용한 시원하고 맑은 한국 초충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9세기에 활동한 문인화가 남계우는 나비와 꽃을 전문적으로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이 있다. ‘여러 마리의 나비’는 남계우의 화풍이 잘 드러난 대표작으로, 모란꽃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나비들의 모양과 동작을 정교하게 표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벌레처럼 작고 평범한 것을 화폭에 담기 위해서는 애정 어린 마음과 상세히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때문에 초충도에는 곤충도감에 버금갈 만큼 사실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작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2부 ‘물고기’에는 물고기와 게가 노니는 어해도(魚蟹圖)가 전시된다.

물고기 그림은 선사시대의 암각화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중 고래는 식량으로써의 중요성과 주술적인 의미를 담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어해도가 감상용으로 많이 그려진 시기는 중국의 오대(五代, 907~960)로, 초기에는 물고기가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그리다가 점차 과거급제나 다산(多産)처럼 복을 바라는 마음까지 담아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후기에 이르면서 실학의 영향으로 수생동물(水生動物)의 종류와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했고, 18세기 후반 이후에는 길상을 담은 장식성 짙은 병풍으로 제작돼 결혼식이나 회갑연 같은 행사에 사용되기도 했다.

 


2부 전시에는 작가미상의 ‘뛰어오르는 잉어’, 장한종의 ‘어패류와 갑각류’ 등이 생물 표본으로 선보인다.

‘뛰어오르는 잉어’는 잉어가 물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등용문 설화를 묘사한 것으로, 화면 중심에 거대한 잉어를 단독으로 배치한 뒤 그 주위를 물결로 가득 채웠다.

잉어가 뛰어오르는 그림은 인기가 많아 민화에서도 자주 그려졌는데, 이는 용으로 변한 잉어가 출세한 사람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어패류와 갑각류’를 그린 장한종은 물고기와 게, 새우, 조개 등의 모습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그리려고 노력한 도화서 화원으로, 이 화첩 그림 속에는 22종의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3부 ‘짐승’에서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동물인 길짐승과 날짐승을 그린 영모도(翎毛圖)가 등장한다.

영모도는 깃털 달린 새(翎)와 털이 난 짐승(毛)을 그린 그림이지만, 화조도가 새 그림 전체를 포괄하게 되면서 영모도 역시 길짐승 그림 전체를 의미하게 됐다.

특히 길짐승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그려졌다. 우리나라 동물 그림은 부모자식간의 따뜻한 사랑, 부부간의 애정, 익살과 해학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귀여운 강아지를 잘 그렸던 이암, 소 그림에 뛰어났던 김식,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려 ‘변닭’ 또는 ‘변고양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변상벽 등은 조선시대에 동물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다.

이번 3부에서는 이암의 ‘어미개와 강아지’, 변상벽의 ‘고양이와 참새’, 조석진의 ‘여러 가지 동물’ 등의 작품이 생물 표본으로 전시된다.

이 중 조선시대 마지막 화원인 조석진의 그림은 10첩으로 제작된 병풍이다. 사슴·원앙·닭·매·학은 화조영모화에서 전통적으로 그려졌던 소재지만 단독으로 그려진 사자, 비전통적인 소의 모습은 근대 회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4부 ‘꽃과 새’에서는 꽃과 나무, 새들이 어우러진 화조도(花鳥圖)를 선보인다.

진귀하고 상서로운 새들은 그림으로 그려졌는데, 주로 꽃이 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그렸다. 처음에는 화가들이 화려한 꽃과 새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애썼지만, 점차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변하거나 화가의 감흥을 담아내기 위해 화조도를 그렸다.

어떤 새들은 독특한 생김새와 습성 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받고 화폭에 담겼다. 한 예로 십장생 중 하나인 두루미가 장수뿐 아니라 청렴한 관료를 상징하게 된 것은 고결한 생김새 때문이었다.

4부 작품으로는 정홍래의 ‘바위 위의 매’, 이영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목련과 공작’, ‘백한과 꾀꼬리’ 등이 생물 표본으로 재현된다.

조선 후기에 활동한 도화서 화원인 정홍래의 ‘바위 위의 매’는 매 그림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매의 정밀한 묘사, 청록색으로 진하게 채색된 바위, 규칙적인 얇은 선으로 처리한 물결 묘사를 봤을 때 궁중장식화로 생각된다. 용맹스러운 매는 궁중에서 사냥용으로 진귀하게 여겨졌다.

왕의 종친인 이영윤의 그림은 8첩 병풍 중 두 폭으로, ‘목련과 공작’은 그림 위쪽에 매화 가지에 앉은 밀화부리 한 쌍과 목련을 배치하고, 아래쪽에 공작과 민들레를 그려 넣었다. 공작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던 새가 아니여서 그림 소재로 사용된 예가 매우 드물다.

‘백한과 꾀꼬리’ 하단에는 민들레와 부용을 배경으로 백한 한 쌍이 마주보며, 그 위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위, 아래로 꾀꼬리 한 쌍이 그려졌다.

백한은 꿩과에 속하는 중국 원산의 흰 꿩으로, 흰 빛깔이 상서롭게 여겨져 조선시대 문관의 3품 이상 흉배 장식에 쓰이기도 했다. 새들이 모두 암수 두 마리씩 그려져 있어 부부의 화합을 상징한다.

이 밖에 이번 전시에서는 동식물이 그려진 도박물관의 소장유물 ‘나비무늬 주전자(백자청화화훼문주자)’, ‘원앙무늬가 있는 베개모’, ‘물고기 모양 자물쇠’, ‘물고기무늬 병’, ‘호랑이와 사슴이 그려진 화각함’과 현대의 민화, 규방 작품도 함께 전시돼 다채로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연계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전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체험지 학습 프로그램 ‘너는 누구니?’와 겨울방학 특별 교육 프로그램인 ‘비밀의 화원’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내년 2월 15일 오후 2시에는 ‘옛 그림 속 동식물’이라는 주제로 이원복 도박물관장의 학술강연회가 예정돼 있어 미술사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옛 그림 속 동식물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림 속 동식물이 그림 밖으로 빠져나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 조상들이 바라봤던 시선대로 자연 속 동식물을 관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져보기 바란다”고 말했다.(문의: 031-288-540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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