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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 속 거북이가 ‘현실’ 속으로 들어왔다

가족극 ‘꿈꾸는 거북이’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각색

거북이의 좌절과 성장통 통해

‘성실’만 강조한 동화 속 교훈 아닌

‘자기만의 장점을 찾으라’와 같은

보다 현실적이고 성숙한 교훈 전해

부천 판타지아극장 8일까지 공연

‘공연연계 체험프로그램’도 마련

부천문화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판타지아 극장에서 극단 마실의 가족극 ‘꿈꾸는 거북이’를 무대에 올렸다.

극단 마실의 ‘꿈꾸는 거북이’는 지난 2008년 ‘이히히 오호호 우하하’라는 이름으로 관객들과 만났으며, 이후 ‘동화나라 상주 이야기 축제’와 ‘제5회 아시테지 겨울축제’에 초청됐다. 2010년 지금의 ‘꿈꾸는 거북이’로 이름은 바꾼 공연은 아이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의 소중함을,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혹은 잊고 살았던 꿈을 생각하게 해주는 가족을 위한 공연으로 성장했다.

이후 일본 ‘키즈문화페스티벌’ 초청과 ‘국제아동청소년극협회’ 우수작품 선정 등 다수의 페스티벌 초청과 수상경력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고 현재도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가족극 ‘꿈꾸는 거북이’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각색한 작품이다. 우화 ‘토끼와 거북이’가 게으른 토끼와 부지런한 거북이의 대조를 통해 ‘성실함’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면 ‘꿈꾸는 거북이’는 거북이의 좌절과 이에 따른 성장통을 담아내고 있어 한층 현실적이고 성숙한 교훈을 전한다.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은 거북이 ‘엉뚱이’는 토끼와 경주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베짱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지만 빨리 달리기 위해 힘든 훈련에 열심히 임한다. 그러나 막상 토끼에게 도착하자 토끼들은 거북이의 모습을 보고 신랄하게 놀리면서 그를 비하한다. 마치 학교현장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왕따의 그것을 생각나게 한다.

상대도 해주지 않는 토끼를 수차례 쫒아가 부탁 끝에 달리기 경주를 하게 된 엉뚱이는 그러나 동화 ‘토끼와 거북이’와는 반대로 순식간에 토끼에게 패하고 만다. 경주전, 배우의 물음에 아이들 역시 ‘거북이가 이길 것’이라는 우화적인 대답을 하지 않는다. 엉뚱이의 노력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좌절한 엉뚱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배우의 눈물연기가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엉뚱이의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돼 엉뚱이 앞에 펼쳐지자, 이제 토끼에게 놀림을 받았던 짧은 팔 다리는 엉뚱이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는다.

연극에는 너무 화려하기 보다는 친근한 색상의 소품들이 사용돼 차분한 분위기를 이끈다. 그림자극과 함께 배우들의 연주가 공연 내내 곁들여져 있어 귀도 즐거운 공연이다. 특히 배우들은 대사가 아닌 캐릭터의 특징을 드러내는 의성어와 의태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는 대사로 1차원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벗어나 아이들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면서 관객을 더욱 무대 가까이로 불러들인다.

한편, 극의 메시지는 이솝우화의 ‘성실함’이라는 오래된 그것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만의 장점을 찾아내라’고 말하는 연극은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상’이라는 의미가 매몰시키는 ‘현실’의 중요함을 되새기게 한다.
 

 

 


“꿈만 꾸면 뭐든 될 수 있는 시대”는 옛 동화 속에나 존재한다. 성인 관객, 그리고 현실의 아이들은 꿈과 노력만으로 넘어서기 힘든 현실의 벽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노력만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좌절 앞에 충분히 눈물 흘리고 슬퍼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자신에 맞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관객들은 커다란 좌절로 한차례 눈물을 쏟은 ‘엉뚱이’에게서 새로운 꿈을 읽는다. 울고 싶을 땐 충분히 울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솔직할 때 비로소 그 비애를 넘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교훈이야 말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미래를 살게 될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훈이 아닐까.

오는 8일까지 진행되는 공연은 ‘공연연계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극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이 다시금 연극의 내용과 꿈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개인 관람은 공연 시작 전 30분부터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단체는 부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bcf.or.kr)에서 사전 접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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