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집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비롯해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벚꽃 새해’,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등 열한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연인을 찾아가 불같은 애정을 느껴 결혼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의 이모 ‘팸’의 삶을 들려준다.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모에 대해 그는 어머니로 부터 ‘미국놈 부인이 꿈’인 사람이었다는 설명만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찾은 이모에게 듣게 된 그녀의 인생은 그리 단순하지도 않으며, 순탄치도 않았다.
젊은 시절 영화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는 이모의 삶과 사랑 이야기는 불같은 열정만으로 단숨에 결혼에 성공한 주인공의 사랑과 닮은듯 하지만, 결말은 너무도 다르다.
작가는 그녀의 삶에 섣부르게 비극을 선고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말미에서 과거는 그대로의 의미를 지니며,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남긴 채 잔잔하게 마무리 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이해하려 애쓰고, 또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만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