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 /이향지
몸 하나로 황금들판에 꽂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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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네 아비는 들판이 제 집이다. 옷도 모자도 몸뚱아리조차 얻어 썼다. 앞바람도 뒷바람도 넉넉히 받아주며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어김없이 들판을 지켜왔다. 火木화목으로도 쓰지 못할 등뼈 곧추세웠으니 부실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바람도 숭숭 뚫린 몸을 제멋대로 지나다닌다. 절렁절렁 깡통이나 흔들어대지만 참새들은 오히려 온몸 똥 세례다. 우리네 인생이 저와 같은 것이어서 아버지가 쓰러지고 곁에서 썩어가지만 들판은 황금빛으로 어김없이 빛날 것이다. 거기 오물 뒤집어쓴 채 허수네 아비들 오늘도 우뚝 서서 외친다. 참새 떴다! 그물 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