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택
하느님이 보시기에
이 미세한 씨앗도 우주이다
각각의 삶을 분담한 정보들이
우주 속 인간처럼
씨앗 속에 가득 들어 있다
현미경을 통해야
훤히 볼 수 있는 미시의 세계,
그 속에도 길이 있고 생명이 있다
꿈틀대며 씨앗을 뚫고 나오는 줄기와
무작정 우주 밖으로
인공위성을 쏴 올리는 인간들. 무엇이 다르랴
그래, 딱 맞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이 동그란 우주도 씨앗이다
-유진택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 /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