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이 시는 곽재구 시인의 등단작이며, 아름다운 서정성이 빛나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는 역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형상화하고 있다. ‘사평역’이 상징하는 바는 ‘삶의 도정’, 곧 길이다. ‘길’은 인간의 삶을 비유한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기 앞에 놓인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숙명을 의미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간이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막차’라는 시어에서 연상되는 바와 같이 인생의 막다른 한계에 이른 사람들이다. 간이역사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지치고 서글픈 삶의 역정을 간직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는 시적 화자의 애정과 그리움이 녹아들어 있는 서정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