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빈
개울가
낭떠러지여야만 굴을 파고 둥지를 튼다,
그 예쁜 물총새는.
절망에서
오색 꿈 깊이깊이 키운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았다가
샘물이 도른도른 모여 흐르는 찬 개울물 박차고
물무늬 섬광을 물어
아이에게 준다
세속의 노래와 단절한 채
절망의 벽에서
새하얀 비단실 꿈으로 수천 번 동여맨
동안거의 유폐가 처절하여
어둡고 깊을수록
무지개빛 용오름을 뿜는다.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 : 김소월 시 <개여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