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
비 그치고 돌멩이 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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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꼭 자기 그릇만큼의 삶을 산다고 한다. “저 녀석은 그릇이 그것밖에 안 돼.” 흔히 모든 사물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비가 적시지 못한 돌멩이의 자리, 내가 서 있는 발자국만큼의 공간, 후박나무 젖은 잎은 돌멩이라는, 나라는, 후박나무라는 본체의 극히 일부분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작고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의 결과는 꼭 그만큼의 자국으로 남겨진다. 가능성을 무시한 채 그 흔적으로 평가 받는다. 시인은 ‘여름비가 풍성해 다 적실 것 같아도 누운 자리를 남긴다’는 말로 반대의 경우도 제시한다. 다른 시선의 방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결과만을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를 지적하고 싶은 맘일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