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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열정은 프로… “우리도 가수다”

11개팀 60여명 직장인 뮤지션 참여
직장 다니며 밴드 활동하는 이유들
“폼나서”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
한가지 공통점 “음악이 좋아요”
대극장 새해 첫 무대, 도민에게 선사

 

도문화의전당 ‘직장인밴드콘서트 강적’

그간 클래식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찾던 대공연장 무대에 마이크와 드럼,건반이 올려져 있는
모습만으로도 신선했다. 턱시도를 차려입은 연주자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 고전적인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익숙한 무대에 가죽자켓과 썬글래스를 낀 공연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낯선
느낌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11일 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은 11개 팀, 60여명의 직장인 뮤지션들이
참여해 ‘직장인밴드콘서트-강적’ 이라는 이름으로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자리를 마련했다.


청각 만큼 이기적인 감각은 없다. 시각은 눈을 감는 것 만으로 차단이 가능하지만, 청각은 의식이 남아있는 한 귀를 막는다고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눈을 감으면 청각은 더욱 예민해져 버린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다른 소리로 가리지 않고는 듣지 않을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음악은 그 내부의 장르를 불문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찾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보기 좋다”라는 원초적인 표현은 미술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사람같이 비춰질 우려가 있지만, 음악장르는 클래식곡이라 할지라도 일단 “듣기 좋다”는 표현이 우선 된다. 음악이 미술보다 대중적일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고 그래서 음악은 매력적이다.

이날 공연은 각 팀의 공연에 앞서 짧은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면서 참가자들에게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된 계기”와 함께 “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밴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들었다.

간략히 “폼 난다”는 대답에서 부터, “합이 맞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등 다양한 이유로 입은 뗀 그들의 대답이 향한 곳은 결국 “음악이 좋아서, 즐거워서” 였다.

때때로 전문적이고 또 권위 있는 예술 공연을 볼 때면 장르의 원초적인 매력을 느끼는 일을 잊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클래식곡을 들을 때면 곡이 얼마나 듣기 좋은가라는 물음에 앞서 곡이 얼마나 제대로 연주됐는가 혹은 곡의 해석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가를 먼저 ‘계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곡이나 연주의 완성도에 연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저 얼마나 듣기 좋았고 또 즐거웠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물음을 주고 받을 뿐이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도 전문 예술단체가 아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는 직장인 밴드. 우리 이웃이자 아버지, 그리고 아들 딸들이었다.

밴드의 구성은 각양각색이다. 같은 직장내에서 만나 동아리 형식으로 구성한 밴드에서부터 파주의 경찰서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밴드, 또 밴드를 이어가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까지. 그 면면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음악의 매력에 취한 사람들이다.

“오늘 만큼은 막내딸 멋지게 봐 주세요”, “아빠 멋있어요” 등 객석과 친숙한 대화가 오고 가고, 흥에 취해 무대 위에서 점핑을 하고 몸을 들썩이는 모습에서는 이들이 좁은 연습실을 박차고 나와 느끼는 해방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시간상 2곡에 만족해야 하는 아쉬움, 그럼에도 2시간이 넘는 긴 공연 릴레이, 그러나 다음 팀으로 이어지며 나오는 인터뷰 영상이 차곡차곡 이어지면서 좀처럼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듣기 좋은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음악치고 즐겁지 않은 것이 없다. 음악공연장에서 사람이 느껴야 하는 것은 그 원초적인 ‘좋음’과 ‘즐거움’임을 다시 떠올린다. 프로그램북을 연신 확인하는 공연관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극장의 2014년 첫 무대가 도민들의 것이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 하다. 5개의 전문예술단체와 함께하고 있는 도문화의 전당이 한 해의 첫 머리에 공연장을 도민의 것으로 한 것은 10주년을 맞아 ‘도민의’ 문화의전당이 되고자 하는 올해의 각오를 드러내는 대목이라 해석해 본다.

음악공연장을 찾을 때면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을 잊지 말하야 겠다. 그 것이 밴드의 것이 되든 클래식 곡의 것이든 본래의 즐거움을 잊고 스스로 벽을 만들 필요는 없음을 다시 되새긴다.

마지막 무대에서 출연자들은 다 함께 ‘행진’을 합창했다. 막을 내린 공연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그들의 눈빛이 “즐거웠냐”고 물어온다.

‘멋있었다’고, ‘짜릿했다’고, ‘시원했다’고. 그리고 ‘즐거웠다’는 답이 닿을 수 있도록 오래 박수 소리를 이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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