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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붙이고…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다

 

겨울방학 맞은 아이들 위한
체험 중심의 특별 기획전

강상우·고정심·신지선 등
5명 작가·작가그룹 등 참여

색연필·가위·풀 등 곳곳 배치
미술관 아닌 실내 놀이터 연상

아이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
어른들에게는 ‘추억’ 찾아줘


전시리뷰 문화공장오산 ‘오산작업장’

문화공장오산(오산시립미술관)이 2014년 첫 전시로 진행중인 ‘오산작업장; Workshop in OSAN展’은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위해 기획된 전시다. 다음달 2일까지 미술관 2층과 3층에서 진행되는 전시에는 강상우, 고정심, 신지선, 이윤기, 홍남기 등 5명의 작가와 플라잉시티 작가그룹, 오산대 시각디자인학과, 미국 보스톤의 레슬리대 교육대학원 예술창작교육학과, 소노아트컴퍼니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완성된 작품을 전시하고 남은 부분을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이들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이지만, 그 곳에는 어려서 두고온 동심과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의 집과 고향 사이의 길목에 새로 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2012년 9월 쯤의 일이다. ‘문화공장오산’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오산시립미술관이 위치한 오산천변은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불어 넘치던 곳이다. 한차례 하천에 물이 넘쳐 흐르고 나면, 너도 나도 그물을 들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찾아나서던 곳이기도 하다.

추억을 회상하며 찾은 미술관의 전시실에는 색연필과 가위, 풀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마치 어린 시절의 공작시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2층 전시실에는 오산대학교에서 마련한 단청 그리기 체험, 레슬리대학교에서 마련한 ‘자연, 예술 그리고 내 생각’, 플라잉시티의 ‘잘 자라는 넝쿨’, 그리고 이윤기 작가의 설치 작품 ‘철새는 날아가고’가 전시돼 있다.

잡지의 사진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꾸며보는 레슬리대학교의 ‘자연, 예술 그리고 내 생각’ 체험 공간 앞에 서자 국민학교 시절, 미술시간의 추억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 반에서 좋아하던 여학생의 별명에 맞춰 만든 그림에 그 학생의 이름을 써 넣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일이 있다.

본 전시는 잡지의 이미지에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넣는 작업을 지향하고 있다. 담배를 든 남자 모델을 풀잎 사진으로 감싸고 써 놓은 “도시의 멋을 버리고 새롭게 자연에서 멋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등 아이들의 글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설치 작품이 한 공간에 설치 될 때면 별개의 작품들이 한 덩어리 처럼 얽혀서 감상되기도 한다. 플라잉시티의 ‘잘 자라는 넝쿨’ 너머로 보이는 이윤지 작가의 ‘철새는 날아가고’가 그러 했다. ‘그물’과 같은 작품의 모습과 철새들의 모습. 최근 ‘철새’라는 단어가 시끌시끌한 탓일까.

3층 전시실에는 고정심 작가의 ‘상상의 공간’, 강상우 작가의 ‘프로토 타입’과 함께 신지선 작가의 ‘상응하는 서사 파편’과 홍남기 작가의 ‘Undead’ 등의 작품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벽면에 종이판을 덧 대 아이들이 마치 벽화를 그리는 듯 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상상의 공간’과 아이들이 주어진 재료로 만든 공작물을 붙여보는 ‘프로토 타입’은 2층의 작품들에서 처럼 오리고 붙여 가며 시간을 즐기고 간 아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유독 발길을 머물게 하는 공간은 신지선 작가의 ‘상응하는 서사 파편’이다. 스크린과 탁자가 마련된 이 공간은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차’를 마시며 자신이 사는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전시장을 찾은 부모들의 힐링 공간이다. 작가는 관람객이 남기고 간 기록지를 바탕으로 직접 현장을 찾아 지금의 모습을 촬영해 일주일 간격으로 스크린의 영상을 교체하고 있다. 스크린에 새겨지는 글들과 함께 앞서 찾은 관람객들이 남겨 놓은 기록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니 다시 추억을 떠오른다.

미술관 등의 전시장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공간이다. 단방향적인 작품 감상은 경험을 넘어 추억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나’의 행위가 주변과 적극적으로 작용할 때 비로소 추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추억은 동적이다.
 

 

 


이번 특별전 ‘오산작업장’은 작품과 관람객이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체험활동이, 아이와 함께 찾는 어른들에게는 옛 일을 추억하는 일이 다시 추억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전한다.

관람을 마치고 내려온 로비. 미술관의 창문 너머로 여전히 내리는 빗 속의 천변 풍경이 내려다 보였다. 어제의 이미지에 오늘의 이미지가 덧 입혀지는 사이, 미술관은 어느새 천변의 새 풍경이 돼 있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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