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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들이 응집한 허와 공의 세계

한옥갤러리 이관우 개인전
기호들 뒤엉킨 독특한 조화

 

도장이라는 질료를 통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관우 작가가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한옥갤러리(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에서 10번째 개인전을 열고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향인 과천시 주암동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 작가가 도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다. 머리를 식히러 나선 길에 들어선 빈 집에서 버려진 막도장들을 발견하게 된 것. 때로 작은 막도장 하나가 한 인간의 전부를 대변하기도 한다. 작가는 주인을 잃은 도장들을 마주하고 알수 없는 “소름”을 느꼈다.

그의 작품들은 무수한 도장들이 ‘응집’된 형태다. 한 작품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개의 도장들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지독한 물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노동력으로 다가오지만, 도장 속 기호들이 뒤엉키면서 거대한 허와 공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의 작품이 취하고 있는 형태인 ‘응집’은 그의 작품 시리즈 명칭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이 ‘응집’이라는 명제를 달고 있는 것은 형상의 끝이 질료이고, 질료의 끝이 형상임을, 달리 말해 형상과 질료가 통일되는 접점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일과의 대부분을 작업실에 앉아 도장을 파는 일에 몰두한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서, 그 응결된 마음의 기호들을 중세적 장인(匠人)의 정성으로 도장에 새겨 넣는다. 이를 통해 완성되는 이관우의 화면 속에서 깎임(네거티브)으로서 돋아나는(포지티브) 도장의 본질은 팔만대장경의 글자체가 모아져 이루어내는 장엄한 풍경의 요소(elements)처럼 작용할 뿐, 그 자체의 의미로서 독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씨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한, 선이기도하고 면이기도 한, 그 수많은 도장들, 요소, 혹은 모티프라고 하는 것들은 마치 파문(波紋)을 일으키는 듯 화면 밖으로 확장하면서, 도장의 실제적인 쓰임에서 비롯되는 ‘사용 가치’보다는 그 도장의 이름이 풍기는 ‘상징 가치’로 전환되고 있다.

이 전환의 사이에서 이관우 작가는 그 무엇도 재현하려하지 않는다. 도장이라는 지시체가 분명한 사물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역설적이게도 그의 작품은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무수한 지시체들의 혼합 속에서 그의 그림은 유와 무의 세계 어디쯤에 위치한 새로운 세계를 감지하게 만든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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