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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정도전 등 우리 역사 속 위인들… 국악으로 만나다

도립국악단 신춘음악회 ‘경기인물뎐2- 품다’

 

도립국악단의 신춘음악회 ‘경기인물뎐’은 한해의 문을 염과 동시에 도내에서 활동한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위민 정신을 엿보게 하는 공연이다.경기도 정도 600주년과 지방선거가 맞물린 올해는 보우선사, 정몽주와 정도전 그리고, 허균을 주제로 바른 정치에 대한 바람을 담았다. 국악으로 풀어내는 우리인물이라는 특색만으로 관심을 더하는 도립국악단의 ‘경기인물뎐2-품다’를 찾았다.



여민락·시나위 등 전통음악 통해
선조들 지혜와 위민정치 되새겨

 


다양한 장르로 여러 인물 풀어내
각 예술단의 뛰어난 협업 인상
권원태 줄타기 무대도 ‘눈길’




 

대북 연주로 문을 연 1부는 여민락과 처용무를 통해 액운을 물리치고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무대였다. 정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정적이고 조금은 무거운 무대였으나 그 의미를 되새기며 허리를 바로 세워 자리를 잡았다.

지난 1월 열린 도립국악당의 ‘운우풍뢰’공연 등을 통해 접한 바 있는 도립국악단의 대북연주는 언제나와 같이 힘이 넘치는 소리와 북 채의 날랜 움직임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특히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 영상이 신비로움을 더해 독주임에도 무대를 압도하는 위엄을 느끼게 했다.

이어 도립국악단의 여민락 연주가 무대와 객석을 가득 메웠다. 연말에 이어 연초까지 쫒기듯 지내며 조급함에 익숙해진 터라 정적인 연주가 일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 그러나 차분하면서도 풍성한 화음을 쫒는 동안 가슴에 찬 조급함의 덩어리가 서서히 풀어져 갔다. 기품있는 연주는 서두름이 습관처럼 돼 버린 마음을 돌아보게 했다.

때문에 처용무는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궁중정재의 유일한 가면무인 ‘처용무’는 액운을 몰아내는 의미를 담은 춤사위다. 처용의 설화를 되새기며, 특유의 움직임에 시선을 맡겼다.

2부로 들어서면서 본 공연 ‘인물뎐’이 시작됐다. 보우선사의 삶을 풀어내는 2부의 첫 무대 ‘나라의 안녕을 품다’는 도립국악단 성악팀의 ‘회심곡’과 ‘탑돌이’, 그리고 도립무용단의 ‘승무’가 선보여졌다.

보우선사는 ‘유불무이(儒彿無二), 선교일체(禪敎一體), 인천합일(人天合一)’을 표방하며, 당시 유교와 불교로 분리·대립하던 사상의 통합을 바랐다. 특히 그는 자신이 몸담은 불가의 입장만을 변론하지 않고, 당시 불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먼저 지적하며 내적 변화를 우선한 인물이다.

장삼의 긴 소맷자락이 지상의 무언가를 휘감아 천상으로 올려보내는 듯한 춤사위의 승무가 인상적인 무대는 정몽주와 정도전의 이야기 풀어내는 두번째 순서로 이어졌다.

고려말의 충신인 정몽주와 조선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 두 친구의 만남을 다룬 일화를 도립극단의 두 배우가 짧은 극으로 풀어낸 ‘충절과 개혁을 품다’는 동문이자 지기(知己)에서 정적으로 변하는 두 인물의 모습을 그렸다.

무거운 주제에 초점을 두지 않더라도, 한편의 역사극을 보는 듯한 공연은 무대 분위기를 동적으로 환기하며, 얇은 막 뒤에서 대목대목에 힘을 더하는 국악단원들의 ‘시나위’ 연주는 인물의 감성을 탁월하게 전해왔다.

 


마지막 인물인 허균을 조명하는 무대는 그의 자유분방함을 드러내고자 도립국악단 사물팀이 나섰다. 이와 함께 실내 무대에서는 이색적으로 줄타기 무대도 벌어졌다.

객석 뒷편에서 등장한 사물팀의 경쾌한 연주와 조갑용 악장의 구성진 성주굿이 한판 벌어지는 동안 한걸음 뒤로 줄이 올라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어름사니 권원태가 나선 줄타기 무대는 어릿광대와 주고받는 입담을 통해 분위기를 주도하며 장내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동해번쩍 서해번쩍’의 주인공 홍길동의 모습을 표현한 어름사니 권원태의 재주는 공연의 정점을 찍었다.

어름사니의 재주가 종국에 달하자 스크린에는 “천하가 두려워 할 바는 오직 백성뿐이다”라는, 허균의 ‘호민론’의 구절이 새겨지며 모든 공연을 갈무리 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다. 겨우내 느긋하게 한 해를 준비하는 다른 생물과 달리, 유독 사람만이 겨울에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낸다. 봄이 왔다지만 몸이 풀리며 졸음만 더할 뿐, ‘새 봄의 새로움’은 현대인에게 그저 때가 되면 꺼내 놓는 상투적인 말이 돼 버린듯 하다.

때문에 ‘신춘’이라는 표현 속 공연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느낌,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 더해져야 온전히 그 의미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국악이라는 익숙하고 친숙한 공연에 다양한 변주로 새로움을 가미한 도립국악단의 신춘음악회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여러 인물을 풀어내며 실현되는 장르와 각 예술단의 협업이 인상적인 이번 공연은 각 무대에 맞춘 배경 영상이 시각적인 재미와 역동성을 더하며, ‘새로운 봄’에 어울리는 공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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