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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연 단장의 ‘경기필’ 닻 올리고 항해 시작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시연 단장 취임연주회


팔이 아프다. 그러나 박수를 멈출 수가 없었다. 마지막 악장의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와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청중들의 환호소리에 묻혀버리진 않을까. 속으로 일면 경쟁심마저 느꼈다. 그렇게 더 크게, 더 격렬하게 두 손을 맞부딪혔다. 수차례 무대로 돌아와 인사를 건네고서야 지휘자는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그제서야 조금, 어깨에 힘을 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흥분을 가라 앉히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는 또 한동안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27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성시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단장의 취임연주회가 객석의 열화와 같은 갈채 속에 마무리 됐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위엄 품은 영웅의 모습 그려

국립·서울시합창단 100여명
성악가 김선정·이명주 협연
관객에 ‘감동의 무대’ 선사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각.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 저마다의 손에 검은색 프로그램북이 들려있었다. 검은 바탕의 중앙에 붉은 색으로 쓰여진 ‘SYMPHONY NO.2’가 이들이 찾은 공연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

무대를 바라보고 좌편으로 자리 잡은 좌석에 몸을 기대고 잠시. 오케스트라가 정돈을 마치고 곧 지휘자 성시연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처럼 당당한 걸음걸이로 포디움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에 찬 듯 보였다.

정적, 그리고 곧 현악기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고 장중한 분위기가 무대에 내리 깔렸다. 말러의 교향곡 1번의 마지막 악장에 이어지며, ‘영웅의 죽음과 장송의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부활’의 1악장은 죽음에 대한 저항의식을 상징하는 현악기의 음색과 희망의 음색을 풀어내는 목관악기의 음색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날의 1악장 도입의 현악 선율은 죽음이 강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한층 더 위엄을 품은 영웅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죽음을 넘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영웅의 삶. 연주 속 ‘영웅’은 죽음에 저항하기 보다는 이미 죽음을 극복하고 한층 강렬해진 모습을 느끼게 했다.

다시 세상에 나온 영웅을 찬양하는 목관의 음색, 영웅은 다시 한번 격정의 인생을 맞이하지만 결국 그는 다시 한번 이를 극복하고 평온을 찾는다.

 


격렬히 일어나고 낮게, 마치 모든 것이 사라진 듯 숨 죽이는 선율의 다이나믹함이 가득했던 1악장이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서 잔기침 소리가 터져나왔다. 1악장이 연주되는 20여분의 시간동안 멎었던 객석의 숨이 한꺼번에 풀어지는 듯 했다. 이를 직감한 몇몇은 묘한 동질감에 엷은 미소를 띄기도 했다.

2악장과의 사이 성악파트를 맡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소프라노 이명주가 지휘자 왼편에, 그리고 오케스트라 뒷편으로 국립합창단과 서울시합창단 100여명이 자리했다. 2악장과 3악장이 연주되는 동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은 그 자체로 무대의 풍광이 된다. 그들은 마치 관객에게 곧 마주할 거대한 화음을 ‘기대하고 있으라’고 넌지시 말하는 듯 했다.

김선정의 검붉은 드레스와 이명주의 하얀색 드레스가 대조를 이루며 그들은 뒤에서 일렁이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에 수려함을 더했다. 4악장,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일어나 ‘오 붉을 장미여’를 시작으로 ‘근원의 빛’을 노래하고, 이어 5악장에서 이명주를 시작으로 김선정과 합창단 모두가 오케스트라와 화음을 맞추면서 영적으로 승화된 무대와 객석은 절정을 맞았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동안 음색을 따라 무대를 옮겨가던 시선은 언제나 지휘자 성시연의 왼손에서 멈춰서기를 반복했다.

그는 지난해 말 가진 간담회에서 자신은 지휘에 오케스트라가 즉각 반응하는 ‘on the bit’을 선호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의 이야기를 새삼 실감했다. 그의 왼 손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휘어잡고 흔드는 듯 했다. 그가 손을 몸 쪽으로 끌어들이면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격렬하게 치솟았고, 멀리 뻣어 손가락을 튕기면 하프의 현이 따라왔다.

만약 당신이 그가 지휘하는 연주회를 찾는다면 그의 왼편 얼굴이 살며시 바라보이는 자리를 권하고 싶다. 음색을 잡아채 흔드는 듯한 그의 왼 손의 움직임과 지휘에 빠져든 표정은 연주에 보다 강렬한 생명력을 부여해 준다.

이번 연주곡 ‘부활’과 함께 경기필과 성시연 단장의 본 항해가 시작됐다. 지난 1월 열린 프리뷰콘서트에 이어 이번 연주회는 그들이 분명 거대한 범선임을 다시한번 상기시켰다. 그들의 다음 항로가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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