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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수원, 시민들에게 바칩니다”

韓 대표시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추억 담긴 시집 ‘수원 남문 언덕’ 발간
공감 고양 극서정시 첫 시도 의미 깊어

 

고향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회귀본능이 꿈틀거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수구초심(首丘初心)하려 해도 고향가는 길은 이런저런 이유로 쉽지 않다.

특히 성자(聖者)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긴 ‘하의실종’ 상태로 뛰어놀던 꼬마가 성년이 돼 일갈하는 진지한 말씀에 귀기울일 마을 어른들은 많지 않을 터. 당연한 결과겠다.

그런데 이런 일종의 금기를 과감히 떨치고 고향, 수원으로 돌아와 제2의 인생을 펼치는 시인이 있다. 이미 한국 문단에 일가를 이룬 대한민국 대표시인 최동호(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바로 그다.

흰머리가 낯설지 않은 시인이 최근 오롯이 고향, 수원을 주제로 한 시집 ‘수원 남문 언덕(서정시학 刊)’을 펴냈다. 이 시집에는 유년의 팔달산 기억에서부터 백발의 회한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일행시-한줄로 구성돼 파장이 우주에 미치는 시작법’라는 파격을 선보여 문단에 파란이 예상된다. 육체보다 더 뜨거운 시인의 청년 정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읽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합의 문장은 이렇다. ‘뛰어들고 싶다(‘지하철’ 全文)’ 상상력이 강한 독자라면 이 한 구절에서 시인의 오랜 고독과 번민에 전율을 느낄, 그런 명문이다.

시인의 유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 ‘팔달산 아이들’은 또 어떤가.

‘아버지는 타지의/직장으로/멀리 전근 가시고/어머니도 없는 빈 집에/늙은 박쥐/날아드는 소리 천장에서 들리는 밤/옛 이야기 팔달산 영 넘어 가면/졸음에/사윈 눈꺼풀 할머니 속적삼에 풀려/전설이 굽이도는/외진 산모롱이/옷고름 길에 풀잎처럼 잠드는 아이들’

백석의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이 연상되는 이 시는 마디마다 그리움 덩이다. ‘성근 별들’, ‘얼굴 뒤의 영혼’, ‘행자의 바다’, ‘바람의 전설’ 등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을 읽노라면 수원을 한 편 만난 듯한 느낌이 든다.

최 시인은 “극서정시의 마지막은 일행시나 일자시다. 고민은 시적인 공감을 고양시키는 극적 구성을 어떻게 예술적 형태로 만들어내는가이다”라며 “이번 시집에는 극서정시의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3년 만에 받은 수원중학교 명예졸업을 기념해 수원사람들에게 바친다”라고 해맑게 웃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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