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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는 준비로 국화재배 도전장… 성공 꽃망울 터뜨리다

 

이철호 대표 40대부터 귀농 준비

25년 경력 베테랑 가전 디자이너

관련 서적 섭렵·기관들과 상담

교육·행정기관 발품 부지런히

작년 3월 고향서 본격 귀농생활



국화 ‘2년 7번 수확’ 승산 있어 선택

‘스프레이 국화’ 재배 멘토 만나

5개월간 밤낮없이 기술 공부 매진

전자동 시스템 갖춘 하우스 운영

국내 국화재배 농장 최초 사례

ICT 접목 시스템 구축 노력도



관광상품 ‘국화마을’ 조성 포부

이천 인프라·축제·접근성 활용

4계절 체험농장·판매장 운영 등

지역발전 위한 비전 제시

이천 국화이야기-귀농 성·공·사·례

“에이, 차라리 속 편하게 시골에 내려가 농사나 지으며 살까?”

계속되는 경제불황 탓일까? 주위에서 이 같은 푸념을 내뱉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된다.

최근 퇴직 또는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농촌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농사가 그리 만만하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모든 일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시작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지만, 귀농은 특히 더 그렇다.농사에 대한 지식과 도움을 받을 멘토조차 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안일한 준비만으로는 십중팔구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업종이 농업이다.특히 대부분의 귀농인들은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귀농에 도전하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결과는 참담할 수 밖에 없다.이에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귀농에 도전해 꼬박 1년간 농사일에 매진한 ‘국화이야기’의 이철호(53) 대표를 만나 그의 귀농 도전기를 들어봤다.이 대표는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이르지만, 오랜 시간 계속된 준비와 주위의 도움으로 조금씩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귀농은 철저한 준비가 필수

“1990년대 후반에 출시된 유무선 겸용 전화기 ‘아망떼’를 기억하십니까? 당시 큰 히트를 쳤었는데 제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입니다.”

이 대표의 말에서는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5년간 휴대전화와 복사기, MP3, PDA 등 각종 가전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한 베테랑 디자이너였다.

그랬던 그가 어려운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느날 갑자기 결정한 귀농은 아니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40대 중반이 되면서 자아성취를 위해 50세가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틈틈이 귀농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먼저 가족들의 이해와 충분한 자금마련이 필요했다.

이 대표는 “다행히 오래 전부터 귀농 계획을 얘기한 덕분인지 가족들의 이해를 얻기는 어렵지 않았다”며 “다만, 수익이 생기기 전까지의 생활비 및 소요비용 등 귀농자금이 문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그는 예비비를 포함해 4억2천만원 정도의 예산을 계획했는데 훗날 국화를 재배하기 위해 밭을 성토하고 각종 농기계를 구입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 결국 그 이상을 투자했다.

처음부터 국화 농사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이 대표는 부친께서 농사를 짓고 있던 이천의 밭을 수시로 찾으며 어떤 작물을 키울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부친의 밭 옆에 있는 한 비닐 하우스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이 대표는 그 곳에서 ‘스프레이 국화(관상용 국화)’를 재배하고 있던 자신의 멘토인 김성도(57)씨를 만나게 됐다.

서울로 올라온 그는 국화재배와 관련된 서적 등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사전 리서치를 통해 수익성도 알아보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했다”며 “국화농사의 장점은 다른 농사가 1년에 1~2번 밖에 수확을 못하는데 비해 2년간 7번까지 가능했다. 승산이 있어보였다”고 국화재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여러 관계 기관들을 찾아 귀농상담도 자주받고,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에도 참여했다.

또 농촌진흥청과 이천시,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귀농지원금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이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선도농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곧바로 교육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즉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이천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농업기술을 알려주는 선도농가도 김성도씨의 농가였고, 그 후로 밭에 시설하우스를 설치한 뒤 5개월동안 밤낮없이 김씨의 농가를 찾아 국화재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매진했다”며 “귀농에 있어서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멘토의 농가와 자신의 밭을 오가며 조금씩 농사꾼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젊은이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방식 제시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국화재배 하우스는 모든 시설이 전 자동으로 이뤄져 있다.

국화에 물을 뿌리는 것부터 비료와 영양제 공급 및 온도조절, 햇빛을 조절하는 차양막 조절까지 모든 것이 버튼 몇 개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바로 농업 자동화 시설(Farm Automation System)이다.

이 대표는 “농업 자동화 시설은 사실 생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국내에서도 파프리카 농장과 딸기 농장 및 양돈농장 등에서 적용돼 고령화된 농촌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화재배 농장에서의 농업자동화 시설 활용은 본인과 본인의 멘토가 운영하는 농장이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건비를 최소화 하기 위해 혼자 농사를 짓고 있다보니 자동화 시설이 꼭 필요했다”며 “이 같은 자동화 시설이 현재의 농촌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농촌은 극심한 고령화 상태에 놓여있는데 자동화 시설은 고령의 농민들의 일손을 도울 수도 있고, 힘든 육제노동을 꺼리는 젊은이들이 보다 쉽게 농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자동화 시설의 농촌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자동화시설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생산성은 30% 높아지고, 노동력은 20% 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그는 농업자동화 시설에 인터넷을 통해 농장이 아닌 곳에서도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정보통신기술)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전 자동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노동과 노력은 필요하다”며 “그러나 단지 농장에 물 한 번 뿌리기 위한 버튼을 누르기 위해 농장을 찾는 번거로움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의 제한없이 손쉽게 농장에 필요한 부분을 조작할 수 있는 ICT의 구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농촌과 농업의 발전을 위해 이 같은 기술이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과 보조금 지원 등 정부와 관계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농업을 지역 관광상품으로

그의 꿈은 단순히 많은 국화를 수확해 돈을 버는데 그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천지역은 교통망이 좋아 외지에서의 접근성도 좋고, 프리미엄 아웃렛과 함께 이천 쌀 축제 등 각종 축제가 많이 열리는 지역”이라며 “이같은 인프라를 접목시켜 이천지역의 또 하나의 관광상품인 ‘국화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농사가 단순히 농사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화는 시설재배를 통해 4계절 내내 작목이 가능한 품종인데 현재 국내에는 국화 상설재배 지역이 없다”며 “지역에서 농민들이 농장이면서 4계절 상설 국화 전시장인 국화마을을 조성해 체험농장 운영 및 판매장을 운영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는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농민과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농업이 그가 꿈꾸는 농업이었다.

이 대표는 끝으로 예비 귀농인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농사라는 건 절대 쉽게 볼 업종이 아니다”라는 그는 “내가 지금 이만큼의 결실을 보고 있는 것도 오랜 시간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디 귀농을 쉽게 생각하지 말고,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거쳐 도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전승표기자 sp4356@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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