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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예술 불모지 수원서…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 활짝 피다

 

장 혜 홍 섬유예술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이 아님에도 그 지역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끼를 쏟아붇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과 인연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섬유예술의 불모지였던 수원에서 세계적인 섬유예술가로 활동하는 장혜홍(53) 작가다.

그는 지역작가로 분류돼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벽을 타고난 근성과 끊임없는 담금질로 과감히 깨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그를 수원 팔달구 행궁로 행궁재갤러리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 좋아해
고교시절 섬유 작품 반해 진로 결정
대학작품 본 매향중 교장, 교사 제안
프랑스 유학 대신 수원과 인연


1988년 첫 개인전 예술계 주목
1997년부터 본격 해외진출
기모노 섬유예술 1위 일본서도 호평
프랑스·미국 등 초청 전시 줄이어
한국의 아름다움에 세계 시선집중



수원을 품게 된 섬유예술가

서울이 고향인 그는 5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조용한 소녀였다.

당시 체계적으로 그림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보니 그는 공책을 사면 한 쪽에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만의 실력을 키워나갔다.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그는 경복궁에서 열린 조선일보 주최 ‘학생미술대회’에 나가 당당히 동상을 차지하게 된다. 한번도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터.

“동상을 받게 되자, 군인(헌병대 대령)이었던 아버지가 물었어요. ‘네가 지금 제일 좋아하는 것이 뭐고, 앞으로의 꿈이 뭐냐’고. 아버지는 그동안 저를 쭉 지켜봐 왔던 거였죠. 저는 망설이지 않고 그림이 가장 좋고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아버지는 그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첫째,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과 둘째, 시(글)와 그림에 능한 신사임당과 같은 여류 화가(선비)가 되라는 약속이었다.

약속을 한 그는 서양화가를 스승으로 모시고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며 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서양화를 주로 그렸던 그는 고교시절, 인사동에 전시를 보러갔다가 실크에다 그림을 그린 작품을 보게 됐다. 당시 설치미술이 없었던 터라, 섬유로 이뤄진 작품을 보고 평면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싶어 건국대 섬유예술학과를 택하게 된다.

“대학시절도 그림에 매진하면서 보냈어요. 그림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죠. 나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그는 공모전이 있을 때마다 참가하면서 프랑스 유학 준비를 했다. 경력을 쌓기 위해서였다.

대학을 졸업하는 해, 어학 점수가 좋지 않아 1년 간 대학교 조교로 활동했던 그는 1985년 13개 대학에서 학교 대표작품들을 모아 뉴코아 백화점에서 진행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 그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본 매향중 교장이 그에게 미술교사를 제안했다. 이것이 그가 수원과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유학 준비 중이라 거절하고 마지막 인사차 수원에 갔어요. 북문에서 화홍문까지 걸어가는데, 그 길이 너무 아름다웠죠. 고궁 풍경을 즐겨 그렸던 터라 그 풍경이 제 마음 속에 들어왔죠. ‘이곳에서 2~3년만 있다가 유학 가야겠다’는 생각에 정착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딸 중 하나는 선생님을 만들고 싶어하는 바람도 그의 결심에 한 몫 했다.

섬유예술 불모지였던 수원에서 그는 ‘섬유예술가’로 인정받고 섬유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 주력했다.

 


그리고 1988년 5월 학교전시와 8월 서울 명동 금강·르느와르 아트홀에서 열린 첫 개인전 ‘장혜홍 섬유 이야기’를 통해 교육계과 예술계에 주목을 받게 된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나무판 위에 천연 물감으로 염색한 닥종이와 면을 종이와 혼합해 만든 섬유를 붙여 평면 회화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섬유 예술의 순수예술화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지역작가’라는 인식과 틀을 깨고 해외로 진출

프랑스 유학이 계속해 늦어지자, 장 작가는 1989년 대학 3년 선배와 결혼을 하게 된다. 딸과 아들 연년생도 얻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같이 공부한 또래들 중 유학도 가장 늦어지게 됐다.

지역에서 자신이 3년 간 해오고 인정받았던 여러 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서울에서 지역 작가로 분류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은 그에게 참지 못할 문제로 다가왔다.

그는 1992년 건국대 대학원에 들어가 한국전통 염색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6년, 그는 염색이 쉽게 번지고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실크에 민화와 노리개, 기와, 수원 화성 등 한국적 이미지를 그려 회화성을 강조한 작품을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현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서울 인사 갤러리에서 각각 전시한다.

당시 5대 중앙 일간지의 집중 조명과 평론가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경기도와 수원은 서울이 저를 지역작가로 분류해 무시했을 때에도 아껴주고 사랑해 준 곳이에요. 이 전시가 성공했을 때, 더는 국내에서 경쟁하지 않고 지역작가로서 그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겠다는 확신과 함께 해외에서 경쟁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는 1997년부터 해외 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흑백을 주조색으로 사용하는 ‘黑-Black project’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黑-Black project’는 음양오행사상에서 나온 오방정색 중 모든 색을 수용하는 흑색을 전통적 기법으로 실크에 염색한 작품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와 한국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한다.

해외로 작품을 갖고 가기 편하게 크기도 줄였다. 35×50㎝되는 작은 작품이지만, 합쳐지면 설치미술화하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평가의 첫 대상은 기모노 섬유예술로 세계 1위를 자부하며 한국의 섬유예술을 무시했던 가까운 일본을 타깃으로 삼았다. 평가는 성공적이었다.

2000년 일본 교토 마로니에 갤러리에서 첫 국제전을 가진 후 2004년에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일본 도쿄 도키 아트스페이스(일본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현대미술 화랑)에서도 초대전을 진행했다.

또 일본에서 자연염색을 이용,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를 실현코자 진행한 조각보 작품도 2010년 프랑스의 국제조각보전 및 개막 패션쇼에 출품해 큰 호응을 받았으며, 2011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미술전의 초청을 받아 전시도 하게 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수원 화성행궁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수원 화성에 작품을 설치하는 한편, 국제무용제 무대를 섬유 예술로 제작하고 화성 행궁에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무용과 연극 등 타 장르와의 소통도 꾀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지난 2012년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마련한 ‘행궁 옆에서 마음을 가꾸고 공부하는 집’이라는 뜻의 복합문화공간 ‘행궁재’에서 ‘黑-Black project’를 벗어나 2007년부터 모란꽃이 만개하는 과정에 복을 부르는 마음을 담아 그려온 작품 전작을 보여주는 ‘화양연화(花樣年華)’전(염색+아크릴)도 진행했다.

끊임없는 작가 자신의 변화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가능하지 못할 일이다.

장 작가는 더불어 2011년 1월 아프리카 가나에 봉사단으로 방문해 ‘글로벌새마을교육재단’을 발족하는 등 국제 문화교류에도 한 몫 하고 있다.

“이제는 제가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작업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올해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미국 마이애미국제공항 메인 갤러리에서 열릴 전시도 성공리에 마쳐 해외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죠.(웃음)”

 



△학력

건국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경력

개인전 11회(서울·수원·일본 쿄토·동경)

2007년 수원화성 서북공돈 설치미술 기획 및 전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본무대)

한국춤학회 국제무용제 개막 공연 무대 설치미술

(서울 한국교원회관 공연장)

2008년 화성행궁과 현대미술전 기획 및 전시

(수원 화성행궁 봉수당)

2009년 만석공원프로젝트 설치미술 기획 및 전시

2010년 ‘프랑스 유럽 패치워크대회’ 국제보자기전과

개막 패션쇼 초대(프랑스 알자스 생마리오민)

희희낙낙전 기획 및 전시(수원화성홍보관 전시실)

경기도의 힘전 초대(경기도미술관)

2011년 한국 섬유예술 지금전 초대 및 뮤지움 아트샵

선정 작품 판매(미 샌프란시스코 민속 뮤지엄)

2011 화홍문프로젝트 설치미술 기획 및 전시

(수원 화홍문 일대)

아프리카 가나 수원방문단 인솔 및 아프리카가나글로벌

새마을교육재단 출범

2012년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개관 및 장혜홍의

‘한국섬유예술을 품다’전(수원 행궁재갤러리)

국제보자기 포럼 출품(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쉼갤러리)

2013년 한국조각보 10인전

(미 보스턴 메사추세스 Fuller Craft Museum)

한국-인도네시아 국제 컨퍼런스&Fashion Exhibition

(인도 자카르타 아트센터)

제1회 수원화성미술제 ‘생태, 미술로 그리다’ 기획 및

전시(행궁재갤러리, 화성행궁 일대)

수원화성문화재단과 아프리카가나글로벌새마을

교육재단 문화 MOU 체결 추진

한-러 문화의 밤 초대전(러시아 상트페트부르크)

2014년 한국조각보 전

(미 시애틀 Art XCHANGE gallery)

현(現)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관장, 수원화성문화재단 상임이사, 경기미술대전 초대작가, 아프리카가나글로벌코리아 새마을교육재단 국제교류이사

Profile

/김장선기자 kjs76@

/사진=오승현기자 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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