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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정익진

왼쪽을 무시하며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귀들

혹은

바람의 왼쪽으로 내려앉는 귀



후, 눈동자의 끝으로 굴러간다



봄, 여름 내내 풍성했던

거짓말들, 물기 많고, 열정이었고, 푸른 것들



비치파라솔 같은 날들의 그런 음악조차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백만 개의 스피커라도 되고 싶었을까

은하수 가득했던

나의 귀들이여

-정익진 시집 『스캇』/문예중앙



 

 

 

어느 시인은 나뭇잎을 물고기에 비유하고 어느 시인은 떨어진 은행잎을 말발굽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정익진 시인은 낙엽을 ‘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낙엽들. ‘봄, 여름 내내 풍성했던 거짓말들’이 듣기 거북했던 모양입니다. ‘물기 많고, 열정이었고 푸른 것들’이 낙엽의 입장에서는 다 부질없고 헛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나의 귀들’은 대지에 가까이 닿습니다. 진정 들어야 할 소리는 땅 밑에 있습니다. 바로 저 깊은 어둠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진 낙엽들이 이리저리 구르는 것은 더 생생한 진실의 소리를 찾아다니는 여정일까요? /성향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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